글로벌 AI 전쟁서 밀리는 K-반도체 정책 지원 필수
[미디어펜=박재훈 기자]반도체 업계가 올해 6조 원이 넘는 법인세를 납부하면서 글로벌 슈퍼사이클이 도래했음을 알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배에 달하는 규모다. 내년에는 더 많은 세수 기여가 예상되나 AI(인공지능) 경쟁이 격화되는 국내 업계 속 투자에 일조해야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사진=연합뉴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공시된 올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들어 9월 30일까지 납부한 법인세 총액은 6조2310억 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010억 원 대비 789%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070억 원에서 올해 1조8860억 원으로 211% 증가했으며 SK하이닉스는 940억 원에서 4조3440억 원으로 4516% 증가했다.

법인세는 상반기 2회(3, 4월), 하반기 2회(9, 10월) 등 1년에 4번 납부하는 구조다. 양사는 10월에 1조 원 수준의 법인세를 추가 납부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법인세가 급증한 이유는 글로벌 AI 사업의 급성장과 함께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5%, 61.9% 증가한 12조1661억 원, 11조3834억 원을 기록했다.

양사 영업이익 증가분은 국내 339개 대기업 영업익 증가분의 55%에 달하는 것으로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분석했다.

업계에선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 확대되면서 메모리 제품 전반의 가격 인상세가 이어지고 반도체업계의 세수 기여도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NH투자증권은 내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당기순이익이 늘면 다음 해 정부 법인세 수입이 늘어난다"며 "올해 반도체 수출 증가로 내년 정부 법인세 수입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AI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정책이 필수라는 의견도 내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협력에 나선 오픈AI 주도의 초거대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는 투자 규모가 무려 450조 원에 달한다.

대만 TSMC는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에 223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인텔도 유럽 내 반도체 밸류체인 구축을 위해 112조 원을 투입한다.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해외 기업의 반도체 투자를 유도하고 AI 인프라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자국 기업들이 공동 설립한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에 8조7000억 원을 지원했으며 올해 7조6000억 원 추가 지원을 결정했다. 대만은 금융·세제뿐만 아니라 용수·전력·인력을 묶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국가마다 다양한 정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는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 필요성에 따른 재계 요청으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정부가 못하는 부분에 대규모 자본조달이 꼭 필요하다면 어떤 방법과 범위로 할지 관계부처와 협의해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며 금산분리의 근본적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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