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손흥민(LA FC)이 홀로 2골을 넣으며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하고 승부차기까지 끌고 갔지만, 손흥민의 승부차기 실축으로 팀은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다.
LA FC는 23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의 BC 플레이스에서 열린 밴쿠버 화이트캡스와 2025 MLS컵 8강전(서부 콘퍼런스 준결승)에서 연장전까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3-4로 졌다.
정규리그 서부 콘퍼런스 3위로 플레이오프(PO)에 올랐던 LAFC는 1라운드(전체 16강전)에서 오스틴FC를 꺾었지만 이날 밴쿠버에 석패하며 콘퍼런스 결승(전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2011년부터 메이저리그사커(MLS)에 참가한 밴쿠버는 구단 사상 처음으로 MLS컵 콘퍼런스 결승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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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흥민이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고 환호하고 있다. 손흥민 덕에 LA FC는 패배 위기에서 벗어나 승부차기까지 갔지만 손흥민의 실축 등으로 패하고 말았다. /사진=LA FC 공식 SNS |
손흥민의 이날 활약상은 눈부셨으나 마지막에 웃지 못했다. 0-2로 끌려가던 후반 추격골을 넣은 데 이어 경기 종료 직전 극장 동점골까지 터뜨렸다. 하지만 승부차기 첫번째 키커로 나서 쏜 슛이 골대를 때렸고, LA FC가 결국 승부차기에서 패해 고개를 떨궈야 했다.
이날 두 팀간 경기는 손흥민과 토마스 뮐러(밴쿠버), 두 걸출한 스타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뮐러는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각각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다. 둘은 지난 8월 나란히 MLS 무대로 진출해 MLS컵 정상으로 향하는 중요한 일전에서 맞붙게 된 것.
홈 팀 밴쿠버가 뮐러와 쿠바스를 앞세워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LA FC는 수비에 치중하면서 손흥민, 드니 부앙가 공격 콤비를 중심으로 역습 기회를 노렸다.
계속 위협적인 공격을 가하던 밴쿠버가 전반 39분 리드를 잡았다. 골키퍼 다카오카 요헤이가 최전방으로 길게 보내준 공을 엠마누엘 사비가 쇄도해 들어가 슛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뽑아냈다.
기세를 이어간 밴쿠버는 전반 막판 코너킥 상황에서 추가골을 집어넣었다. 뮐러의 헤더슛이 위고 요리스 골키퍼에 막혀 흐르자 달려들어간 마티아스 라보르다가 재차 슈팅해 2-0으로 만들었다.
LA FC는 전반 볼 점유율에서 34%-66%로 밀리며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전반 LA FC의 슈팅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고, 밴쿠버는 7개의 슈팅(유효슈팅 5개)으로 2골을 뽑아냈다.
두 골 차로 뒤진 채 후반을 맞자 LA FC는 다비드 마르티네스, 앤드루 모란을 교체 투입해 공격진에 힘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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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흥민이 0-2로 끌려가던 후반 15분 추격골을 넣고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LA FC 공식 SNS |
LA FC의 공격이 조금씩 활기를 찾아가던 후반 15분, 손흥민이 해결사로 나섰다. 마크 델가도가 올린 크로스를 모란이 머리로 떨궈 문전의 손흥민에게 보냈다. 손흥민의 슛이 다카오카 골키퍼에게 막히자 손흥민이 재차 슛했고, 이번에는 라보르다의 수비에 걸렸다. 손흥민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삼차 슛을 시도해 기어이 밴쿠버 골문 안으로 집어넣었다.
손흥민은 지난 3일 오스틴과 MLS컵 16강 2차전에 이어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시즌 11호 골을 기록했다.
1-2, 한 골 차로 좁혀지자 LA FC의 사기는 올라갔고 손흥민과 부앙가의 드리블 돌파로 동점골을 노렸다. 마무리가 잘 되지 않아 후반 45분이 끝나고 추가시간으로 넘어갔다.
LA FC의 패색이 짙던 추가시간 2분께, 부앙가가 상대 수비수 트리스탄 블랙먼의 퇴장(경고 누적)을 유도하는 파울을 얻어냈다. 이 때 페널티 박스 좌측 외곽에서 프리킥 찬스가 생겼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오른발로 때린 슛이 수비벽을 넘어 밴쿠버 골문 좌측 상단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골키퍼가 몸을 날려봤지만 막을 수 없는 환상적이고 극적인 동점골이었다.
손흥민의 시즌 12호 골로 기사회생한 LA FC는 연장전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 보였다. 상대 선수 한 명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연장 후반 5분께 밴쿠버의 수비수 베랄 할부디가 부상을 당해 더 이상 뛰지 못하면서 밴쿠버는 9명이 뛰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LA FC는 총 공세에 나섰으나 부앙가의 슛이 연이어 골대를 때리는 불운을 겪으며 연장전을 득점 없이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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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밴쿠버가 승부차기 끝에 LA FC를 제치고 서부 콘퍼런스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사진=밴쿠버 화이트캡스 공식 홈페이지 |
결국 두 팀은 승부차기로 운명을 결정짓게 됐다.
승부차기에서 LA FC의 1번 키커로 손흥민이 나섰다. 손흥민의 슛이 우측 골대를 때리는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3번째 키커 마크 델가도의 슛은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반면 밴쿠버는 4번째 키커 에디에르 오캄포가 실축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4명이 모두 골을 성공시켰다. 밴쿠버가 4-3으로 승부차기를 마무리하며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고, LA FC의 시즌은 종료됐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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