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저비용항공사(LCC) 업계가 올해 3분기에도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행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과잉 공급과 출혈 경쟁, 고환율이라는 ‘3중 악재’가 겹치며 주요 LCC들이 일제히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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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항공 B737-8 항공기/사진=제주항공 제공 |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적자 구조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는 회의적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의 LCC 시장 구조상 경쟁을 완화하거나 단기간 내 운임을 정상화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부재하다는 이유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LCC들은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먼저 제주항공은 55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3분기 누적으로 1295억 원 적자를 냈다.
티웨이항공도 같은 기간 955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누적 손실은 2093억 원까지 불어났다. 대형항공사(FSC) 계열인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그나마 낙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진에어는 3분기 22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1~3분기 누적 적자는 65억 원에 그쳤다. 에어부산은 3분기 28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동일한 LCC 분류임에도 차이가 갈리는 이유로는 순수 LCC 대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 지원 여력이 있는 FSC 계열이 자금력을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실적 방어구조를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차이는 손실 금액에서만 갈렸을 뿐 모든 LCC들이 ‘과잉 경쟁’ 상황에 놓인 상황은 여전하다.
현재 국내 LCC는 최근 상업운행을 시작한 파라타항공까지 9곳에 달하는데, 이들은 모두 국내선과 단거리 국제선이라는 동일한 시장을 놓고 경쟁 중이다. 또한 낮은 운임을 제공하는 LCC 특성상 이러한 포화상태에서 속 경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운임이 자연스레 떨어진 것이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문제는 현시점에서 과잉 공급을 해소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LCC들이 수익성을 회복하려면 결국 운임을 인상해야 하지만 이는 담합으로 간주될 수 있어 법적 제한이 있다.
게다가 한 업계 관계자는 “운임을 올리더라도 다른 항공사들이 낮은 운임을 유지하면 고객은 자연스럽게 저가 항공편을 선택하게 돼 운임 인상 시도가 실질적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출혈 경쟁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며 시장 구조 변화나 외부 요인 없이는 수익성을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의 고환율 기조는 수익성을 더 짓누르고 있다. LCC는 항공기 리스 비중이 높고 연료비·정비비·리스료 대부분을 달러로 지불한다. 대형항공사보다 체급이 작고 마진이 얇은 LCC에게 환율 상승은 ‘비용 직격탄’으로 작용한다. 업계에서는 출혈 경쟁으로 이미 얇아진 마진이 고환율로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업계의 실적 개선은 외부 요인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받는 방안은 대한항공 주도의 LCC 통합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이후 진에어의 주도의 통합 LCC가 탄생하면 현재 LCC 간 과잉 경쟁 구조가 일부 해소되면서 극단적인 저가 운임으로 치닫는 가격 경쟁의 압박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다.
아울러 합병 이후에는 계열사들의 인천 제2터미널 이전과 같은 사전 조치로 항공사 간 터미널, 기단, 시스템 자원 공유가 가능해지면서 비용 효율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개선된 구조를 바탕으로 운임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진에어 중심의 3사 통합이 완료되면 단순한 비용 절감뿐 아니라 운임 전략에도 여유가 생겨 구조적 출혈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며 “환율 안정, 유가 완화 등 대외 환경 개선으로 인한 시장 완화도 LCC 수익성 회복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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