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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서율 전 국민의힘 부대변인. |
최근 몇몇 지역에서 ‘농어촌 기본소득’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이재명정부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농어촌 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해 시행하는 사업이다. 인구감소지역 농어촌 주민에게 1인당 월 15만 원씩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정책으로, 내년부터 2027년까지 2년간 시범적으로 시행된다.
농어촌 인구 유출을 막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취지지만, 과연 실제로 그 목적에 부합하는 정책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지방소멸 대응이라는 명분은 크지만, 실제로는 또 하나의 ‘현금성 복지 확대 정책’이 지방재정을 압박하는 구조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미 수많은 지자체가 ‘민생회복 소비쿠폰’이라는 화려한 이름이 붙었던 2회차 현금성 지원으로 예산 문제에 있어 큰 몸살을 앓았던 일이 있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특별시를 비롯한 전국의 모든 지자체에서, 기존 사업을 줄이거나 없애고,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해 막대한 빚을 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결국 지자체들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발행을 위해 무려 1조 700억 원의 부채를 추가로 떠안았다.
농어촌 기본소득 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업비의 40%만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 60%는 해당 지역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렇다 보니 각 지자체가 재원 확보를 위해 기존의 복지와 농업 관련 예산을 삭감해 농어촌 기본소득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있는 사태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있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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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대상자의 97.5%가 소비쿠폰을 신청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이들에게는 모두 4조4천527억원의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6시 2차 소비쿠폰 신청·지급을 마감한 결과 모두 4천453만명이 신청했다. 전체 지급 대상자(4천567만여명)의 97.5%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시장에서 민생지원 소비쿠폰 결제 가능안내문이 부착된 점포. 2025.11.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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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시범 시행 지역으로 포함된 경북 영양군의 경우 내년 기본소득 군비 분담금 210억 원의 44%인 93억 원을 기존 복지·농업예산을 축소·대체해 마련했다. 이는 영양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충남 청양군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9.3%에 불과한데 총사업비가 1080억 원이고, 도비 분담률이 10%, 청양군 부담이 50%를 부담하는 구조라 기존 복지‧농업 예산을 삭감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재원이 무한한 것이 아니고,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인구가 부족한 실정이니,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사업들의 예산을 상당 부분 삭감하거나 빚을 내어 재원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지역 정치인들은 “기존 농민과 어르신, 청년의 복지를 깎아 전용하는, 줬다가 뺏는 조삼모사식 농어촌 기본소득이 아닌 국비 상향으로 실질적인 지역 균형발전정책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잘 알다시피 이 나라 곳간은 이미 ‘비상 상황’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선출됐으면, 애초에 ‘인구 소멸’을 현금성 복지로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책 효과의 한계를 모를 리 없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기 어려운 현실이다. 더구나 시범지역에 선정되지 못한 지자체에서는 대상지 확대 요구도 빗발치는 상황이니, 정책 현장의 혼란이 얼마나 극심할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인 ‘지방 소멸’, ‘인구 소멸’문제가 무리한 현금성 복지를 비판하는 현실적인 목소리를 방어할 때 쓰이는 의미 없는 대명사가 되어버린 안타까운 상황이다.
지방 소멸과 인구감소는 단기적 현금 지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현금성 복지는 지역의 재정 체력을 약화시키고,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더 빠르게 훼손할 뿐이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지원을 ‘두텁게’ 하는 원칙이 필요하다. 또 인구감소를 완전히 틀어막을 수 없는 상황이므로, 인구 소멸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나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이다.
송서율/국민의힘 전 부대변인
2025.1.-6. 국민의힘 경제활력민생특별위원회 위원, 2023.3-현재 정책연구단체 Team.Fe 대표, 2024.7.-9. 국민의힘 부대변인
[미디어펜=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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