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5사, 10~11월 내수 모두 감소…중견 3사 부진 심화
EV 보조금 소진·금리 부담에 전동화 수요 급격히 둔화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완성차 업계가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역대급 연말 판촉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전동화 수요 둔화, 정부 보조금 소진, 고금리 장기화가 겹치며 하반기부터 판매 흐름이 약해진 만큼 연말 실적이 내수 회복 여부를 판단할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자동차 내수 시장은 상반기까지 일정 수준의 견조한 흐름을 보였지만 10월을 기점으로 둔화세가 뚜렷해졌다. 지난 10월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는 10만2707대로 전년 대비 17.3% 감소했다. 현대차(-17.1%), 기아(-13.1%), 한국GM(-39.5%), 르노코리아(-40.4%), KG모빌리티(-21.5%) 등 5개 사 모두 내수 판매량이 줄었다.

11월에도 하락세는 이어졌다. 5개 사의 내수 판매는 11만6602대로 5.8% 감소했다. 현대차(-3.4%), 기아(-0.6%), 한국GM(-46.6%), KG모빌리티(-5.7%), 르노코리아(-51.0%) 등 주요 업체들의 실적이 일제히 감소하며 내수 부진이 고착되는 모습이다

   
▲ 세닉 E-Tech 100% 일렉트릭 주행 사진./사진=르노코리아 제공


특히 중견 3사 부진이 두드러진다. 한국GM·르노코리아·KG모빌리티의 올해 연간 판매량(수출 포함)은 10만 대를 간신히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신차 부재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GM은 지난해 트랙스 크로스오버 이후 내수 신차가 없으며, 르노코리아도 그랑 콜레오스 판매가 9월 이후 3개월 연속 줄었다. KG모빌리티는 전동화 라인업을 확대했지만 SUV 중심의 구성이 시장 확장에 제약을 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동화 수요 둔화도 내수 침체를 키운 요인이다. 전기차 시장은 금리 부담, 가격 피로감, 충전 경쟁력 논란, 겨울철 효율 저하 등이 겹치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특히 일부 인기 전기차는 정부 보조금이 이미 소진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고, 수입 전기차의 공세도 이어지며 국산차의 전동화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을 끊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은 대규모 할인 공세에 나섰다. 현대차와 기아는 그랜저, 쏘나타, 코나 EV, 아이오닉 5 등 주요 차종에 현금 할인·무이자·생산월 할인 등을 적용해 부담을 낮췄다. 제네시스는 G80·GV70·GV80 등 고급 라인업 중심으로 수백만 원대 혜택을 제공한다. 르노코리아는 세닉 E-Tech 구매 시 최대 1550만원 상당의 혜택을 내걸었고, KG모빌리티도 잔존가치 보장형 금융 프로그램 등을 앞세워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다만 연말 프로모션이 실제 소매 판매 증가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시각도 있다. 높은 금리로 인한 금융 부담, 가계 소비 여력 축소, 전동화 시장의 구조적 둔화 등 단기 할인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요인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건부 할인이나 특정 재고 차량 중심 혜택은 소비자 체감도가 떨어져 실질 수요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 프로모션이 일정 수준 효과를 내면 내년 신차 출시 일정과 맞물려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개선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연말에 국한된 공격적 혜택이 장기적으로는 가격 정상화에 부담을 줄 수 있어 기형적 할인 구조가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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