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CEO 최종 후보에 '정통KT맨'… 정치 외풍 끊을 분기점 될까
해킹 후폭풍 수습·AI 기술력 강화 등 과제… 일단은 인수인계 집중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KT가 30년 가까이 내부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박윤영 전 기업부문장을 차기 CEO(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확정하면서 그의 리더십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업계 안팎에서는 박 후보가 KT의 고질병으로 꼽혀온 정치권 낙하산 인사 악습을 끊고 실질적인 자주 경영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 KT 광화문 사옥./사진=KT 제공


19일 업계에 따르면 3수 끝에 차기 CEO 최종 1인으로 선정된 박 후보는 약 30년 간 KT에 몸 담았던 '정통 KT맨'으로 분류된다. 박 후보는 지난 2019년과 2023년 CEO 공모 당시에도 최종 후보군에 올랐던 바 있다.

그간 KT는 민영화 이후에도 취약한 지분 구조 탓에 정권 교체기마다 CEO가 교체되는 등 정치적 외풍에 휘둘려왔다. 황창규 전 대표만이 박근혜 정부 당시 KT 수장에 오른 뒤 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자리를 지켰다. 나머지 CEO들은 정권 교체 때마다 자리를 내주는 수난을 겪었다.

김영섭 현 대표 역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차기 CEO 선임과정에서 정치 외풍 논란 끝에 선임된 인물이다. 김 대표가 낙점됐을 때는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과 내부 인사 발탁 시도 등에 국민연금과 정치권이 연달아 제동을 걸며 세 번의 최종 후보 선정과 6개월의 대행 체제까지 겪기도 했다.

업계에선 이번 선출 과정에서는 표면적인 정치 외풍이 없었던 데다, 구 전 대표 이후 다시 내부 출신 인사가 수장에 오르게 된 만큼 박 후보에게 부여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영 기업으로서 정계와의 연결 고리를 끊어내는 본보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 내 목소리다.

일단 내부의 기대감은 높다. 

그간 정치권 낙하산 인사 문제를 비판해 온 KT 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조합원과 함께 내부 출신 후보가 선정된 것을 적극 환영한다"며 "조직과 사업구조를 속속들이 아는 후보가 KT를 이끌어 간다면 시스템과 현장 정서를 파악하느라 소비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어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보자가 남은 기간 인수인계 절차 등을 신속히 진행해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고 국민기업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악재 덮친 KT… 위기 수습 리더십 시험대

   
▲ KT 이사회가 박윤영 후보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다./사진=KT 제공


그러나 당장 KT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최근 발생한 무단 소액결제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후폭풍을 수습하는 동시에, AI(인공지능) 등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이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까지 KT 해킹 사건 조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앞서 최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은 KT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KT가 전기통신사업법이 규정한 금지 행위 위반 사실이 있는지 조사를 권한 범위 내에서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과징금과 더불어, 전체 대상 위약금 면제 여부 역시 대규모 가입자 이탈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KT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울러 정부 조사 결과에 KT 경영진의 형사 책임 문제가 불거질 경우 리더십 부재로 신속한 상황 수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 후보가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기 전까지는 사실상 경영 공백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KT 안팎에서는 박 후보가 조기 등판을 검토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가운데 중장기 성장 전략 수립도 박 후보에게 주어진 과제다. 보안 사고로 인한 위기 수습과 신뢰 회복이 최우선이긴 하지만, AX(인공지능 전환) 관련 동력을 잃지 않는 것도 미래 성장을 위해선 필수적이다.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중 유일하게 정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탈락한 점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B2B 전문가인 박 후보가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AI 기술력 확보에 매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박 후보는 차기 CEO로 내정된 이후에도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별도의 대외 메시지를 앞세우기보다는 현안 점검과 인수인계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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