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석유화학업계가 정부가 제시한 기한 내 사업재편안을 제출함에 따라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부가 설정한 에틸렌 감축 목표 달성도 가능성이 커졌으며, 체질 개선을 통해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에도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업계 내에서는 석유화학업체들이 정부의 계획에 발맞춰 사업재편에 힘을 쏟는 만큼 정부도 이에 상응하는 후속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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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유화학업계가 19일 정부에 사업재편안을 일제히 제출했다. 사진은 석유화학기업들이 밀집한 여수산업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2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업체들은 지난 19일 산업통상부에 사업재편안을 일제히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연말까지 사업재편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가운데, 석유화학업체들도 이에 맞춰 계획을 수립하면서 업계 내 구조조정에 관한 밑그림은 일단 완성됐다.
먼저 지난달 가장 먼저 사업재편안을 제출한 롯데케미칼과 HD현대는 합작법인을 설립한 뒤 연산 110만 톤 규모의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NCC(나프타분해설비)를 폐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LG화학도 지난 19일 사업재편안을 제출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GS칼텍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뒤 LG화학 여수공장에 있는 NCC를 폐쇄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여수 산업단지에서 1공장에서 120만 톤, 2공장에서 80만 톤 규모의 NCC를 가동 중인데 설비가 노후화된 1공장 NCC를 폐쇄할 것으로 보인다.
여천NCC도 사업재편안을 제출했는데 연산 47만 톤의 3공장을 폐쇄하는 방안은 물론 추가 감축 계획도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솔루션과 함께 여천NCC의 공동주주인 DL케미칼은 3공장보다 규모가 큰 1공장이나 2공장을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1공장은 연간 생산능력이 90만 톤, 2공장은 91만5000톤이다.
울산 산업단지에서는 SK지오센트릭, S-OIL, 대한유화가 공동으로 사업재편안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운스트림(하공정) 중심으로 감축에 나서며, NCC 감축은 추후에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가 설정한 생산 감축 목표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정부는 사업재편을 통해 NCC의 생산 규모를 최소 270만 톤, 최대 370만 톤까지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사업재편안을 보면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110만 톤, LG화학 여수 1공장 120만 톤, 여천NCC 47만 톤이 폐쇄되면 277만 톤의 생산량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설비 폐쇄 계획이 더해지면 정부가 설정한 감축 목표는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사업재편안은 제출했지만 정부가 계획을 살펴보고 세부적인 사항이 확정돼야 실제 추진 방식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이 경쟁력 회복으로 연결…“실질적 지원책 필요”
업계 내에서는 석유화학업체들이 사업재편안을 제출한 만큼 정부에서도 후속 지원책을 마련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줄곧 ‘선구조조정 후지원’을 내세웠는데 업계는 사업재편안 제출이 완료되면서 구조조정의 윤곽이 드러난 만큼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선 업계는 전기요금에 대한 인하를 바란다. 석유화학산업은 대량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의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커진 상태다. 석유화학업체들이 장기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전기요금 인하를 통해 원가 부담을 낮추고, 사업재편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석유화학업종이 밀집해 있는 여수와 대산 등이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전기요금을 인하할 명분도 충분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취득세 및 양도세 감면이나 면제도 요구하고 있다. 석유화학업체들이 제출한 사업재편안에는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는데, 이 과정에서 생산시설이나 지분의 양도·취득이 이뤄질 수 있어 세제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정책금융 지원 확대와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력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지원책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이번 사업재편이 단기적인 효과에 그치지 않고, 산업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기업들의 이번 사업재편안 제출은 정부와 함께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이제는 정부도 이에 화답해 실질적인 지원책과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도 후속 지원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정부·대통령실·더불어민주당은 제5차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결과 브리핑에서 “석유화학은 여수·대산·울산 등 3개 산단 기업들이 사업재편안을 제출했는데, 정부가 이를 심의한 뒤 프로젝트별로 지원 패키지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22일에도 김정관 산업부장관은 석유화학업체들과 간담회를 갖고 구조조정은 물론 지원책에 대해서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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