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그의 가족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을 당원게시판에 올렸다는 이른바 '당원게시판' 논란을 둘러싼 당내 계파 갈등이 전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전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당권을 이용한 노골적 공격"이라고 장동혁 대표를 정면 겨냥하면서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민주당과 싸우는 저와 싸워서 정치적 탈출구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며 "같은 진영 안에서의 공격은 늘 있었지만, 이렇게 당직을 걸고 당의 권한을 이용해 당내 인사를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처음 보는 현상"이라고 반발했다.
한 전 대표가 자신이 당대표 시절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당원게시판 게재 의혹'이 징계 절차로 이어지는 과정 자체를 정치적 공격으로 규정한 것이다. 당무감사위는 '당원게시판 사건'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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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앞 쪽문에서 12ㆍ3 비상계엄 1주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2.3./사진=연합뉴스 |
앞서 당무감사위는 친한동훈계 인사로 분류되는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막말 논란과 관련해 '당원권 정지 2년'이라는 중징계를 윤리위원회에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친한계는 이를 두고 '한동훈 찍어내기'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무감사위원회가 한 전 대표 당원게시판 의혹에 대해 당원권 정지 등 중징계를 내릴 경우, 장 대표 측과 친한계 간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일각에서는 한 전 대표 징계와 관련해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상원 전 윤리위원장은 22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주의 정도로 충분한 사안이지 징계는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당을 자꾸 분열시켜서는 안된다"며 "지금 장 대표 등 이런 분들이 하는 것을 보면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당원권 정지 등을 해서 정치를 못하게 하겠다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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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9일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충북도당 당원 교육 행사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2025.12.19./사진=연합뉴스 |
반면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부끄러운 과거를 돌아보는 게 정의"라며 "가면을 쓰면 어느 정도 변신은 가능하지만 결코 완전할 수 없다. 가면은 벗겨질 수 있고 가면 착용자는 그것을 두려워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 전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한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징계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장동혁-한동훈' 양 측 모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장 대표는 "내부의 적 한 명이 더 무섭다"며 끝까지 의혹을 파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든 양쪽 모두 상처는 남을 수밖에 없다"며 "내년 6월 3일 지방선거가 5개월 남짓 남은 만큼 갈등이 계속 노출되는 건 당 입장에서 최악이다. 어느 방향이든 빨리 정리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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