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쿠팡·항공·병원 의혹 연쇄 잇따라
전직 보좌진 폭로에 ‘맞불’...“공익제보 가장한 흠집내기”
정청래 “매우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어”
국민의힘 “김병기, 의원직 내려놔야”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쿠팡 오찬 논란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항공·숙박 편의 의혹, 가족 특혜 의혹 등 각종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12월 중순부터 본격화했다. 김 원내대표가 지난 9월 5일 박대준 당시 쿠팡 대표, 민병기 쿠팡 대외협력총괄 부사장 등과 오찬에서 식사비가 약 70만 원에 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김 원내대표는 “그날 제가 주문한 파스타는 3만8000원이었다”며 “공개 일정이었고 적어도 5명이 식사했다”고 해명했다.

쿠팡 오찬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지난 22일 대한항공으로부터 칼호텔 숙박권을 제공받아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논란은 확대됐다. 

   
▲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2025.12.24./사진=연합뉴스

김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이유를 불문하고 숙박권 이용은 적절하지 못했다”며 “즉각 반환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숙박권의 실제 금액 관련해 “대한항공이 칼호텔로부터 약 34만 원에 구입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일부 보도에서 제기된 고가 숙박비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와중에 지난 24일 김 원내대표 가족의 베트남 출국 과정에서 공항 의전 서비스를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원내대표는 “보좌진이 선의로 편의 제공을 검토했을 수는 있으나 실제로 제공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아내의 프레스티지 카운터나 라운지 이용 의혹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를 둘러싼 사적 편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부인과 아들의 진료 과정에서 ‘보좌진을 통한 병원 예약 및 의전 요청’이 있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고, 이에 대해서도 “예약만 부탁했을 뿐 특혜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의혹이 연이어 불거지자 김 원내대표는 자신을 겨냥한 폭로에 대한 ‘맞불’ 작전에 나섰다.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직 보좌진 6명이 참여한 텔레그램 대화방 캡처 수십 장을 공개하며 “전직 보좌진의 악의적 폭로와 왜곡”, “공익제보를 가장한 정치적 흠집내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화방 내용 공개 직후 ‘불법 취득’ 논란이 불거졌다. 전직 보좌진들은 “김 원내대표 부인이 막내 보좌진의 텔레그램 계정을 무단 로그인해 사적 대화를 도용했다”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차 종합특검법'의 추진 방향과 '통일교 특검법' 관련 쟁점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질의·응답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5.12.26./사진=연합뉴스

이른바 ‘맞불 작전’은 오히려 역풍을 불렀고, 비판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터져 나왔다.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는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우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김 원내대표가 정리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한 만큼, 그때까지는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CPBC 라디오 ‘김준일의 뉴스공감’에서 “저 같으면 이런 얘기가 나오면 처신에 대해 굉장히 깊게 고민했을 것”이라며 “의혹을 받는 것 자체도 상당히 문제라고 인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에서도 개혁의 속도가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사실관계가 분명히 밝혀질 필요가 있고, 그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김 원내대표를 향해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국민의힘은 “김 원내대표는 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며 “언론을 통해 쏟아지는 논란은 어느 하나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5일 성탄 예배를 보기 위해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로 들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조은희(서초구갑) 의원, 장동혁 대표, 신동욱(서초구을) 의원. 2025.12.25./사진=연합뉴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각종 특혜 의혹이 연일 언론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며 “의혹의 본질은 외면한 채 자신을 폭로전의 피해자인 것처럼 포장하며 ‘보좌진 탓’으로 사안을 진흙탕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월 차남의 숭실대학교 편입 과정에서 보좌진과 구의원을 사적으로 동원하고, 중소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는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이 제기돼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같은 시기 김 원내대표는 여야가 추진 중이던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해병대 특검)에 대해 일시적으로 여야 합의안을 마련했다가 강성 지지층 반발에 직면하며 하루 만에 번복했다. 이 과정에서 강성 지지층은 김 원내대표에게 ‘수박’ 낙인을 찍고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김병기 원내대표를 향한 연쇄 논란은 ‘표적 공세’와 ‘연쇄 악재’가 동시에 작동하는 국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 의원 170여 명을 대표해 정부·여야 협상의 최전선에 서 있는 ‘사령탑’이 개인 의혹으로 흔들리면서, 당내 지도력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