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4680배터리 물량 확대…건식 전극 공정 성공 여부 관건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샘플 고객사 공급…양산 계획 분수령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맞닥뜨린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불황기 동안 내실을 다져온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그동안 갈고닦은 차세대 기술을 통해 배터리 주도권 경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서 2026년을 기점으로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인 '대중화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미국과 EU 등 주요 시장에서 전동화 전환이 늦어지면서 배터리 업계는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양적 성장을 통한 경쟁에서 질적 초격차 경쟁을 통해 주도권 싸움을 이어갈 전망이다.

   
▲ LG에너지솔루션, 인터배터리 2025 부스에 전시된 46파이 시리즈 배터리./사진=미디어펜 박재훈 기자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3사는 다가오는 2026년을 차세대 폼팩터(형태)와 신공정 기술이 본격적으로 매출로 이어지는 실적 퀀텀점프의 해로 설정하고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해외 공장 증설 경쟁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R&D(연구개발)의 결실인 4680 원통형, 전고체 등 게임 체인저 기술들의 수율을 안정화하고 양산할 준비에 집중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완성차와의 파트너십이 약화되고 있어 기술력 격차는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를 전초기지로 삼고 '4680(지름 46㎜·높이 80㎜) 원통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창 공장에 구축한 마더 팩토리 라인을 통해 4680 배터리 양산 체제를 완성하고 2026년부터 공급 물량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4680배터리는 기존 2170 배터리 대비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높인 것이 특징으로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요구하는 차세대 제품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시도하는 건식 전극 공정의 성공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건식 공정은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건조 단계를 생략해 제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혁신 기술이다. 2026년 양산 제품에 해당 기술이 안정적으로 적용될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가격 경쟁력과 생산성 면에서 중국 기업들을 따돌리고 테슬라 밸류체인 내 핵심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게 된다.

   
▲ LG에너지솔루션, 인터배터리 2025 부스에 전시된 46파이 시리즈 배터리./사진=미디어펜 박재훈 기자

삼성SDI는 특유의 초격차 기술 철학을 바탕으로 46파이 원통형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ASB) 등의 투트랙 전략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천안 공장에서 46파이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면서도 수원 연구소 내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인 S-라인을 풀가동해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는 독자적인 무음극 기술을 적용해 업계 최고 수준인 900Wh/L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는 2026년이 삼성SDI에게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직전 간계인 B샘플, C샘플 등을 주요 완성차 고객사에 공급하고 최종 양산 계약을 맺어야 할 결정적 시기로 보고 있다.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이 회복될 경우 이를 통해 가장 먼저 수혜를 입을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의 배경이다.

SK온은 파우치형 배터리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차세대 기술력을 입증하기 위해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구축한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2026년부터 본격 가동한다.

SK온은 고분자-산화물 복합계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특히 기술적 난이도가 가장 높지만 성능이 우수한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생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2026년 파일럿 라인에서 유의미한 수율과 성능 데이터가 확보될 경우 SK온은 흑자 전환과 함께 숙원 사업인 IPO(기업공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까지 살아남기와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2026년은 누가 먼저 차세대 기술을 안정적으로 양산해내느냐를 겨루는 해가 될 것"이라며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거센 가운데 국내 3사가 준비한 4680과 전고체 기술이 글로벌 시장 판도를 뒤집을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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