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이혜훈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을 당협위원장이 이재명 정부 기획예산처 장관직을 수락한 것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사상 최악의 해당 행위'라며 즉각 제명했다. 당 안팎에서는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관직을 수락한 것에 대해 '배신자', '유다'라며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이 후보자는 지난 제17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의 전략적 요충지인 서울 서초갑 새누리당 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한 후 내리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대표적 보수 인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그는 보수 정당 '경제통'으로 불리며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적인 공약인 '기본소득론'을 비판해 왔다.
이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 임명된 후에도 국민의힘의 당협위원장직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탈당도 하지 않고 당적을 유지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전날 긴급 서면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전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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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5.12.29 [공동취재]/사진=연합뉴스 |
정통 보수 인사였던 그가 당지도부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재명 정부 장관직에 내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 안팎에서는 보수 유권자와 당원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배신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전남 해남군 소재 솔라시도 홍보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그동안 갖고 있던 가치와 철학을 버리고 동지들까지 버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참담한 마음"이라며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여권에 비해 중도 확장에서 밀리고 있다는 지적에 "오히려 이번 이혜훈 장관직 수락 과정을 보면서 우리가 보수정당으로서의 가치를 보다 더 확고히 재정립 해야 한다"며 "그리고 우리가 당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부각되는 중요한 국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에 대해 해당 행위 하는 인사들에 대해 제대로 조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한다"며 "중도 확장은 하되 이렇게 당을 배신하고 당원들의 마음에 상처 주는 인사에 대해선 오히려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현직 중·성동을 당협위원장이 탈당계조차 내지 않고 이재명 정부에 합류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를 넘어선 명백한 배신행위"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저질 코미디"라고 꼬집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배신자, 영혼을 팔아 자리를 구걸한 저열한 인간"이라고 했고, 신동욱 최고위원도 "교활한 이재명 대통령의 노리갯감"이라고 날을 세웠다. 주진우 의원은 "시켜준다고 하냐. 보수의 변절은 유죄"라고 했고, 유영하 의원은 "권력에 기생하는 DNA"라고 일침을 날렸다.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회는 이날 규탄 성명을 내고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이재명 정부만은 막아야 한다'고 함께 외쳐왔던 자가 장관직이라는 정치적 보상에 눈이 멀어 이재명 정권의 부역자를 자처하는 정치적 배신은, 은전 30냥에 예수를 판 유다와 같이 혹독한 역사적 평가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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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9일 오후 전남 해남 솔라시도 홍보관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29./사진=연합뉴스 |
한편, 당안팎에서는 민주당에 비해 중도 보수 확장 전략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라는 '자성론'도 나온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서 국민의힘이 이 전 의원을 제명한 것에 대해 "너무 옹졸하다는 생각"이라며 "정치적 화합을 위한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것인데, 반발만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제1야당으로서 올바른 태도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지금은 이 전 의원을 배신자로 몰아세울 때가 아니라, 보수 진영이 국민께 매력적인 비전과 담론을 제시하여 희망을 드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당 핵심 관계자는 "보수 정당 3선 의원들 지낸 이 전 의원이 지도부와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이재명 정부 내각으로 직행한 것은 배신이다. 제명은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우리가 생각해야 할 부분은 여당에 비해 중도 확장 전략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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