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엑셀' 수출로 미국 진출…10년·10만마일 보증 '품질 경영'
3년 연속 최다판매…현지생산 120만대·2028년까지 210억불 투자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내년 미국 시장 진출 40주년을 맞는 현대자동차가 정의선 회장 체제 아래 질적 성장을 통한 새로운 전환기에 들어섰다. 품질·안전 경쟁력 강화와 현지 생산 확대를 축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응하며 미국 시장을 다시 한 번 성장 발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2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1986년 울산공장에서 생산한 국내 첫 전륜구동 승용차 '엑셀' 수출을 계기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진출 첫해 16만 대, 이듬해에는 26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빠르게 입지를 넓혔다.

그러나 초기에는 품질 관리와 정비망 부족 문제로 브랜드 이미지가 흔들리는 위기도 겪었다. 이에 정몽구 명예회장은 품질과 안전, 성능 강화를 경영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전사적인 품질 혁신에 착수했다. 대표적인 조치가 1999년 도입한 '10년·10만마일 보증수리(워런티)'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애프터서비스 전략으로, 품질 논란을 정면 돌파하며 미국 소비자 신뢰 회복의 전환점이 됐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HMGMA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이후 현대차는 안전과 품질 부문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평가를 잇달아 받으며 체질 개선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의 충돌 안전 평가에서 총 21개 차종이 TSP+ 및 TSP 등급을 획득해 2년 연속 '가장 안전한 차' 최다 선정 기록을 세웠다.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J.D파워의 '2025년 신차품질조사(IQS)'에서도 글로벌 17개 자동차그룹사 가운데 가장 우수한 종합 성적을 거두며 품질 경쟁력을 다시 한 번 확인받았다. 미국 소비자들이 구매 기준으로 활용하는 핵심 지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상품성과 브랜드 가치도 동시에 끌어올렸다. 현대차그룹은 4년 연속 '세계 올해의 자동차(World Car of the Year)'에 선정되며 기술력과 상품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미국 유력 자동차 전문 매체인 '오토모티브 뉴스'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정주영 창업회장, 정몽구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을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정의선 회장은 "할아버지이신 정주영 창업회장의 고객 중심 경영철학은 지금 현대차그룹 핵심가치의 근간이 되었고, 아버지이신 정몽구 명예회장의 품질, 안전, R&D에 대한 신념은 현대차그룹의 경영철학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는 판매 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89만6000여 대를 판매하며 3년 연속 연간 최다 판매 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 이후에도 가격 인상은 최소화하는 대신 현지 생산 확대와 판매 믹스 조정으로 대응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미국 조지아주에 최첨단 생산 거점인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준공하며 미국 생산 120만 대 체제 구축에 착수했다. 오는 2028년까지 자동차·부품·물류·철강·미래 산업 분야에 21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지난 10월 전기차 보조금 종료 이후에는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를 통해 수요 공백을 최소화하며 대응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다만 한미 협상 타결 이후에도 남아 있는 15% 관세, 글로벌 전기차 업체 간 경쟁 심화,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은 현대차의 최대 수출 시장이자 글로벌 자동차 산업 트렌드를 가늠하는 핵심 무대다. 정 회장 체제 아래 현대차가 구조 전환과 경쟁 격화라는 이중 과제를 넘어서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