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내년 3월 노랑봉투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해석지침을 내놓았지만 재계 내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기준이 모호한 데다 분쟁의 여지도 남아있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는 노란봉투법 시행 전까지 명확한 적용 기준과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주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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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가 노란봉투법 해석지침을 내놓았지만 재계 내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진은 8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 여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
29일 재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노란봉투법에 대한 해석지침을 마련해 행정 예고했다. 이는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8월 국회 문턱을 넘었으며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 확대,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제한 등이 핵심이다. 내년 3월 시행되는 만큼 정부는 이번 해석지침을 통해 제도 안착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사용자 기준 모호·경영상 판단에도 파업 가능성
재계 내에서는 해석지침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 적용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먼저 사용자 기준에 대한 정의가 여전히 모호해 원청과 하청 간 책임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사용자 판단의 기준으로 ‘구조적 통제’를 제시했다.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동자의 근로시간이나 인력 운용, 작업 방식 등을 통제하면 하청 노동자에게 교섭권이 부여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하청 노동자에 대한 복지, 안전에 대한 통제 여부까지 포함된다.
재계는 ‘구조적 통제’에 대해 개념이 추상적이고 적용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입장이다. 원청·하청 구조에서는 어느 정도 통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모두 교섭권 부여 기준으로 삼으면 하청의 교섭 요구가 지나치게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안전 기준, 품질 관리, 납기 관리 등을 요구하는 일반적인 행위도 ‘구조적 통제’로 해석된다면 1년 내내 교섭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노사 간 해석 차이로 인한 분쟁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상 판단도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석지침을 보면 합병, 분할, 양도, 매각 등 기업조직 변동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은 단체교섭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지위 또는 근로조건의 실질적·구체적 변동을 초래하는 정리해고,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은 단체교섭 대상이 된다.
현재는 경영상 필요에 따른 정리해고는 파업 대상이 될 수 없는데 노란봉투법 시행 시에는 파업이 가능해진다.
결국 대부분의 경영상 결정이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구조조정, 배치전환, 인력 재편 없이 기업조직 변동을 추진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석유화학업계는 정부와 힘을 합쳐 설비 통폐합 등을 통해 구조개편에 나서고 있는데 노란봉투법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비를 폐쇄할 경우 직원들의 배치전환은 불가피한데 이러한 과정마저 쟁의 대상이 될 경우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인수합병이나 사업 재편, 매각 등은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파업으로 인해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며 “이는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는 중대한 리스크”라고 말했다.
◆법 시행 전까지 의견 충분히 수렴해야
재계 내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 전까지 정부에서 기업들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시행령과 추가 지침을 통해 쟁의행위 범위와 기업 책임에 대해 모호한 기준을 명확하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해석지침에 대해서는 재계뿐만 아니라 노동계 역시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불법파견 판단 요소보다 더 엄격한 것을 요구하고 간명한 사안조차 이러저러한 단서를 달거나 복잡하게 만들어 노란봉투법을 무력화한다”며 지침을 간명하게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단 고용노동부도 행정예고 기간 동안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보완을 거쳐 현장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재계도 보완 과정에서 현장의 우려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노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법 시행 이후 안정적인 노사 문화를 정착하고, 불필요한 분쟁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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