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이틀째 열린 쿠팡 청문회에도 반전은 없었다. 쿠팡 측 증인들이 사전에 준비한 듯한 답변만 되풀이하자 의원석에선 “차라리 녹음기를 틀어라”라는 힐난까지 나왔다. 청문회가 진실 공방으로 흘러가면서 의원들도 체념한 듯 ‘위증 증거’ 수집으로 질의 방향을 틀었다. 청문회에서도 풀지 못한 ‘쿠팡 사태’ 매듭은 향후 예정된 국정 조사로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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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12월31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사태 연석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통역받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
31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사태 연석 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는 “한국 정부는 (쿠팡이 제출한) 모든 데이터를 한 달 이상 가지고 있었고, 기기들은 2주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면서 “그것을 왜 한국인들과 공유하지 않는지, 이 ‘성공적인 작전(쿠팡이 정보 유출 용의자와 접촉해 기기 등을 회수한 일)’에 대해 공유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저스 대표는 이날 ‘성공적인 작전’을 반복해서 언급하며 쿠팡이 정부 기관(국정원) 지시에 따라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점을 또 다시 강조했다. 앞서 25일 쿠팡이 발표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 조사 결과가 ‘셀프 조사’라고 지적받은 것에 대한 반박이다. 당시 쿠팡은 “고객 정보 유출에 사용된 모든 장치가 회수됐으며, 유출자는 3000개 계정 고객 정보만 저장했지만 이를 모두 삭제했다”며 유출 피해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해당 과정이 국정원 지시를 따른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정부기관과 쿠팡이 협력해 추가 유출을 차단하고 유출된 정보도 회수했으니 ‘성공적인 작전’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즉각 반박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3300만건 이상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했으며, 조사가 이뤄지는 중에 합의되지 않은 결과를 사전에 발표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국정원도 “쿠팡 대표의 ‘국정원의 조사 지시’ 등 일련의 발언은 명백한 허위”라며 국회에 위증 혐의로 고발을 요청했다.
여·야 의원들의 거듭된 질의에도 로저스 대표는 국정원 지시에 따른 것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이 “국정원은 지시한 적 없다 확실히 했는데, 쿠팡이 위증한 것인가” 묻자 로저스 대표는 “한국정부는 성공적으로 이 작전을 수행했는데, 왜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국정원 측 반박 자료를 제시하며 “정부 당국이 지시했고 쿠팡은 정부가 하라는 대로 실행했다, 이렇게 진술했는데 그 입장이 같은가”라고 물자 로저스 대표는 “매우 그렇다(Yes, very much so.)”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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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12월31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사태 연석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통역받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에 대해 “쿠팡이 간 크게 국정원을 끌어들여 ‘진실 게임’을 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최 위원장은 “로저스 대표와는 도저히 소통이 안 되니 이재걸 부사장에게 묻겠다”면서 국정원이 구체적으로 용의자와 접촉하라고 지시한 일이 있는지, 국정원이 회수한 기기에 포렌식을 하라고 지시했는지, 포렌식을 진행한 업체 선정과 포렌식 비용을 누가 지불했는지 등을 질의했다.
이재걸 쿠팡 법무담당 부사장은 “국정원에서 항상 말을 애매하게 해주기 때문에 그렇게(용의자를 접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이해했다”, “국정원에 기기를 회수한 다음 어찌할지를 묻자 ‘알아서 하라’고 (포렌식을) 허용하는 듯한 취지로 말했다”, “포렌식 업체는 국정원과 논의를 통해서 결정했다”고 답했다. 포렌식 비용과 관련해서는 로저스 대표가 “확인해봐야겠지만 쿠팡 Inc나 쿠팡 한국법인이 지불한 것 같다”고 답했다.
전날 11시간30분에 걸친 ‘마라톤’ 청문회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청문회 내용에 진전이 없자 위증에 대한 경고가 잇따랐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고 장덕준님 사망 산재 처리에 로저스 대표와 박대준 전 대표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진술이 위증이라는 것을 밝히겠다”면서 사건 당시 내부 직원의 메모와 문자 메시지 내역 등을 공개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도 쿠팡의 산재 은폐 의혹과 관련된 메신저 대화와 이메일 내역 등을 통해 로저스 대표와 박 전 대표의 위증 문제를 꼬집었다. 노 의원은 “단답형으로 답하라 해도 엉뚱한 서술형 답변을 내놓으면서 질의가 진전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면서 “이미 아는 내용에 대해서도 고의로 진위를 확인하라고 되묻는 것도 위증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쿠팡 측 증인들의 위증 혐의에 대한 고발 엄포가 쏟아지면서 쿠팡을 둘러싼 논란이 실체 규명은 법정다툼으로 번지게 됐다. 청문위원들은 경찰에 위증 관련 강제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국세청 특별세무 조사, 금융위엔 쿠페이 관련 불법 데이터 피드 은폐 의혹 조사, 공정위엔 불공정 거래 행위 관련 규제 강화 등 정부 기관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에 대한 쿠팡 국정조사도 추진할 예정이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증인들의 국회 불출석 및 위증과 관련해서는 과방위 권한으로 이미 검토해서 준비돼 있다”면서 “국정조사 관련해서 과방위는 지난 26일 서면을 작성했고, 지금까지 75명 의원을 서명받아 제출 가능해졌다. 오늘 오후 중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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