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닌 '보편적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전기차를 앞세운 수입 브랜드들의 파상공세와 소비자 인식 변화가 맞물리면서 공고했던 국산차의 독점적 구조가 빠르게 해체되는 모습이다. 국산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부터 상품 전략까지 전면 재검토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25년 1~11월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은 27만876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3% 늘었다. 12월이 통상 재고 할인 등 판촉이 집중되는 성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30만 대 돌파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같은 기간 국내 신차 판매 138만547대 중 수입차 비중은 20.2%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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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슬라 모델 Y 주니퍼./사진=테슬라 제공 |
◆ 30년새 40배 성장…전기차가 키운 수입차 대중화
수입차 시장의 성장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시장이 개방된 1987년 수입차 등록 대수는 10대에 불과했지만, 공식 직판이 시작된 1995년 6921대, 2011년 10만5037대, 2015년 24만3900대, 2018년 26만705대로 빠르게 늘었고 이제는 연 30만 대 고지를 바라보고 있다. 30년 사이 시장 규모가 40배 넘게 커진 셈이다.
과거 BMW, 메르세데스-벤츠, 렉서스 등 독일·일본 프리미엄 브랜드가 주도하던 수입차 시장은 최근 들어 테슬라와 중국 BYD 등 전동화 브랜드의 약진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들은 단순히 고가 모델에만 집중하지 않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고객 선택지를 다양화하고 있다.
특히 전동화는 수입차 대중화를 견인한 결정적 요인이다. 전기차 시장만 놓고 보면 이미 수입차 비중이 절반 수준까지 올라왔다. 테슬라를 중심으로 한 수입 전기차는 가격 인하, 물량 확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앞세워 국산 전기차와 정면 경쟁 구도를 형성하며 시장 내 위상을 '보완재'에서 '주류'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중국 브랜드의 가세는 수입차 대중화 흐름을 더욱 가속하고 있다. BYD가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한 데 이어 지리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 샤오펑 등도 출시를 예고하며 한국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가격 경쟁력과 기술 사양을 앞세운 중국 브랜드는 수입차 시장의 외연을 프리미엄에서 대중화 영역으로 더욱 빠르게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인식 역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수입차는 더 이상 '특별한 차'가 아니라 기술력, 전동화 수준, 브랜드 경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 선택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산차 가격이 전동화 전환과 원가 상승으로 빠르게 오르면서 수입차와의 가격 격차가 좁혀진 점도 심리적 전이를 부추겼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조사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확인된다. 향후 2년 이내 차량 구매 의향이 있는 소비자 중 31.5%가 ‘수입차 브랜드만 고려한다’고 답했다. 2015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 수치로 수입차가 일부 소비층의 선호를 넘어 하나의 주류 선택지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 흔들리는 국산차 독점 구조…가격·상품 전략 재정비 압박
수입차 점유율 20%는 단순한 통계 수치를 넘어 내수시장의 권력 구조가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산차 중심으로 형성돼 온 내수시장은 더 이상 안전지대rk 아닌 글로벌 브랜드와 동일 선상에서 경쟁해야 하는 전장이 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제네시스를 통해 프리미엄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지만, 대중 브랜드 부문에서는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의 공세에 노출돼 있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1~11월 판매는 115만1487대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지난 2023년 같은 기간(121만8762대)과 비교하면 6만7000여 대나 줄었다. 외형 성장은 정체되고 경쟁 압력은 커지고 있다.
중견 3사(한국GM·르노코리아·KG모빌리티)의 상황은 더 녹록지 않다. 내수 점유율은 7% 안팎에 머물고 있으며, 특정 차종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르노코리아의 경우 그랑 콜레오스가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최근 들어 감소세가 나타나며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전기차 부문에서는 수입차의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1~11월 승용 전기차 신규 등록 18만8507대 가운데 테슬라는 29.5%로 1위를 기록했고, 기아와 현대차가 그 뒤를 이었다. 단일 브랜드 기준으로 수입 전기차가 국산 완성차를 앞선 것은 처음으로 전동화 경쟁에서 국산차의 우위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BYD, 지커, 샤오펑 등 중국 브랜드까지 가세할 경우 전기차 시장의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산 브랜드는 단순한 라인업 확대만으로는 방어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가격 경쟁력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떠안게 됐다.
결국 2026년 내수 시장은 국산차의 '수성'과 수입차의 '탈환'이 충돌하는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상품, 브랜드 경험, 소프트웨어 경쟁력까지 전방위적인 재정비 없이는 점유율 하락 압력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내수시장의 '안방'은 더 이상 자동으로 지켜지지 않는 공간이다. 변화한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면 점유율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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