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도·인니 등 ‘탈중국’ 핵심거점 육성…현지 ‘롯데 생태계’ 확장 주력
대규모 석화단지 조성 등 국가기간산업 참여, 동남아 내 그룹 영향력 격상
실행력 강조한 신 회장, 올해도 글로벌 광폭 행보 전망…“현장서 위기 돌파”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지난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화학·식품·유통 등 핵심사업 분야에서 의미 있는 글로벌 성과를 창출한 임직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올해 신년사는 ‘글로벌 성과’에 대한 확신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롯데만이 제시할 수 있는 혁신과 차별화로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자”고 독려했던 신 회장은, 몸소 해외 현장을 누비며 이 같은 구상 실현에 앞장섰다. 이제 신 회장의 시선은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으로 향하고 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과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오른쪽)이 지난해 4월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랭햄 호텔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인니측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롯데 제공


1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오는 15일 열리는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서 올 상반기 경영 전략과 사업 방향성을 점검하고, 핵심사업 혁신의 실행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신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 만큼, 속도감 있는 글로벌 사업 전개에 대한 주문이 포함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한 해 신 회장의 경영 시계는 유난히 빨리 돌아갔다. 그룹 차원의 비상경영 기조 속에서 신 회장은 세계 각국을 숨 가쁘게 오가며 글로벌 경영 보폭을 넓혔다. ‘롯데 브랜드 가치 제고’는 신 회장 행보를 관통하는 핵심 이정표였다. 단순한 해외 사업 확대를 넘어, 현지 사회 일원으로 깊숙이 스며드는 ‘초현지화’ 전략을 통해 롯데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선보인다는 전략이었다.

신 회장은 특히 아시아 시장을 그룹 미래를 책임지는 핵심 거점으로 격상시켰다. 지난해 신 회장의 첫 행선지였던 인도 푸네 신공장은 14억 소비시장을 겨냥한 롯데웰푸드의 핵심 무기가 됐다. 롯데웰푸드는 2032년까지 인도 시장에서 연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2028년까지 푸네 공장 생산라인을 16개로 확충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APEC에서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면담하며 현지 사업에 대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등을 앞세운 롯데는 베트남에서 프리미엄 유통 기업으로 자리 잡으며 글로벌 유통·식품 사업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신 회장은 현지 고용 창출 및 투자를 통해 베트남과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신 회장의 ‘뚝심’이 성과로 이어졌다. 신 회장은 지난해 11월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LCI) 준공식에 참석해 현지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롯데는 앞서 2011년 인도네시아 내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라인 프로젝트’를 공식화했지만, 실제 완공까지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사업 지체에도 석화산업 신흥 시장인 동남아시아에 거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 아래 39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가 집행됐고, 국가적 핵심 기간산업에 참여하며 동남아 시장에서 ‘롯데’ 브랜드 위상을 한층 높였다. 

   
▲ 신동빈(왼쪽에서 두번째)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1월6일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LCI) 준공식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왼쪽에서 세번째) 등 관계자들과 손을 모으고 있다./사진=롯데 제공


올해도 신 회장의 글로벌 광폭 행보가 이어질 전망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신 회장이 ‘계획과 실행의 간극’에 대해 지적했다는 점이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강력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기존 핵심 사업에서의 혁신을 완성해야 한다”면서 “그간 혁신의 필요성은 이야기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실행력의 한계를 지적했다. 지난해 글로벌 거점 확보와 롯데 브랜드 가치 제고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수익 구조를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의 ‘실행’ 중심 질적 성장은 미래 성장 동력 조기 안착, 글로벌 밸류체인 시너지 확대, 성과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이 그룹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바이오 사업은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의 ADC(항체약물접합체)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가시적인 수주 성과를 내는 것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신 회장은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현지 공장을 직접 방문해 생산시설을 직접 시찰하기도 했다. 

‘원롯데’ 전략을 통해 계열사 간 협력을 강화하며 독자적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한편, 현지 생산-유통-판매를 잇는 롯데의 ‘수직 계열화’ 모델 구축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롯데는 지난해 본격 가동을 시작한 인도네시아 화학 단지와 인도 신공장 등 주요 글로벌 거점들이 중추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 회장이 ‘실행’을 강조한 만큼 사업 구조조정 속도에도 관심이 모인다. 수익성이 낮거나 혁신 속도가 더딘 사업을 정리하고, 해당 자원을 글로벌 거점 등에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한층 촘촘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글로벌 성과를 치하하면서도 곧바로 실행력을 강조한 것은, 롯데가 그간 추진했던 글로벌 사업이 성장 국면을 넘어 그룹 중핵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면서 “비상경영 체제가 지속되는 위기 상황에서 주요 해외 거점을 빠르게 수익원으로 전환해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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