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설계 완성도가 분양·정비사업 평가 기준으로 부상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아파트 상품 경쟁의 기준이 지상에서 지하로 바뀌고 있다. 주차와 이동에 머물렀던 지하공간이 보행과 체류, 커뮤니티를 아우르는 생활 공간으로 확장 중이다.

   
▲ 드라이브스루 ‘Park and Ride’ 투시도./사진=롯데건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최근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INTG(인테그)와 함께 아파트 지하공간 특화 설계 개념인 ‘LIVEGROUND’를 선보였다.

단순 주차 기능 위주의 지하공간을 주거동과 커뮤니티 시설을 잇는 생활 동선의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선큰(Sunken)과 자연채광을 통해 지상과의 단절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차량 중심 공간이었던 지하를 일상 경험이 이어지는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개별 건설사의 디자인 차별화를 넘어 주거 설계 전반의 구조적 전환과 맞물려 있다. 도심 고밀화와 용적률·높이 규제로 지상 공간 활용에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지상은 조경과 개방성에 집중하고 생활 기능은 지하로 흡수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중심으로 조합이 요구하는 주거 품질의 기준이 높아지면서, 지하공간 설계 수준이 단지 완성도를 가르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정비사업 수주 현장에서는 지하 커뮤니티의 규모보다 동선 완성도와 공간 개방성이 더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하에서 주거동, 커뮤니티 시설, 상업·휴식 공간까지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는지가 체감 주거 품질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다. 차량과 보행 동선을 분리하고, 폐쇄적인 구조를 개선해 체류 가능한 공간으로 만드는 설계가 하나의 경쟁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 흐름은 고급 주거 단지일수록 더욱 뚜렷하다. 지상 조경의 개방성을 확보하는 대신 라운지와 카페, 문화 공간 등 체류형 시설을 지하에 집약하는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과거 원가 절감의 대상이었던 지하 면적이 이제는 단지의 브랜드 가치와 직결되는 자산으로 재평가되는 셈이다. 지하공간의 밝기와 개방감, 보행 동선의 직관성이 단지 전체의 인상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사들 역시 이러한 변화를 수주 전략과 상품 기획 전반에 반영하고 있다. 지하를 단순히 숨기는 공간이 아니라 ‘보여주는 공간’으로 설계하기 위해 구조·설비·조경을 통합한 설계 역량을 강화하고, 커뮤니티 운영과 연계한 공간 활용 시나리오까지 제시하는 추세다. 이는 단기적인 분양 경쟁력뿐 아니라 입주 이후 단지 가치 유지와 관리 효율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부터 주요 대형 정비사업 수주 과정에서 지하공간을 단순 주차장이 아닌 ‘드라이빙 라운지’와 커뮤니티 동선의 중심 공간으로 설계하는 방안을 제안하며, 지하를 단지의 생활 축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을 내세워왔다. 현대건설 역시 최근 고급 주거 브랜드를 중심으로 지하 진입부와 주차 공간 전반을 단지 아이덴티티와 연결하는 설계를 적용하며, 지하공간을 브랜드 경험의 연장선으로 활용하고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지하공간을 단지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흐름이다.

업계는 지하공간을 둘러싼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설계 트렌드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 시장에서는 체감 주거 품질을 높이는 요소로, 정비사업에서는 조합원 만족도를 가르는 평가 기준으로 지하공간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거 밀도가 높아질수록 지상 공간의 한계는 분명해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아파트 경쟁력은 지하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걷고 머물 수 있는지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