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브웨이·KFC 등 인기 제품 재출시·라인업 확장
실패 두려운 소비자·타율 쫓는 기업 이해관계 적중
R&D 힘 빼고 검증된 '흥행 보증수표' 재소환 총력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외식 업계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막대한 비용과 리스크를 동반하는 '신메뉴 개발(R&D)' 대신 기존의 성공 자산을 재해석하는 '검증된 리뉴얼'로 선회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복고 트렌드를 넘어,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기 위한 철저한 계산이 깔린 '경영 효율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 Gemini 생성 이미지/사진=미디어펜 김동하 기자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써브웨이, KFC, 맘스터치 등 주요 외식 브랜드들은 이달 들어 일제히 기존 베스트셀러의 재출시 모델이나 스펙을 강화한 확장판 제품을 신년 주력 상품으로 전면에 배치했다. 과거에는 새해 벽두부터 혁신적인 식자재나 새로운 맛을 강조한 신제품을 쏟아내며 시장 선점 경쟁을 벌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풍경이다.

기업들의 전략은 '완전한 신규성'을 배제하고 '익숙한 새로움'을 주는 데 집중되어 있다. 써브웨이는 최근 '타코 샐러드' 시리즈를 정식 메뉴로 재출시했다. 해당 메뉴는 지난해 한정판으로 출시되어 조기 품절을 기록하며 시장성이 확인된 제품이다. 써브웨이는 별도의 신규 메뉴를 기획하는 모험 대신,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청 데이터에 기반해 해당 메뉴를 상시화하고 라인업을 확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수요 예측 실패 확률을 '0'에 수렴시키겠다는 의도다.

KFC와 맘스터치의 행보는 '비용 대비 효용(Cost Benefit Analysis)'에 방점이 찍혀 있다. KFC는 브랜드의 상징인 '커넬 오리지널 버거'의 치킨 필렛 구성을 두 배로 늘린 '더블 커넬 오리지널'을 선보였다. 완전히 새로운 소스나 번(Bun)을 개발하는 R&D 과정을 생략하고, 기존 자산을 양적으로 팽창시켜 '가성비'와 '포만감'을 소구 포인트로 삼았다. 맘스터치 역시 대중적 인지도가 가장 높은 불고기 버거에 조리 방식만 변경해 풍미를 높인 '직화 불고기 버거'를 출시하며 안정적인 매출 확보에 나섰다.

업계가 이처럼 '리뉴얼'과 '재출시'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고착화된 고비용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외식 시장은 매출 볼륨 자체의 감소보다는 원부자재 가격 급등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영업이익률 저하가 더 큰 문제로 지목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공 확률이 불투명한 신메뉴 출시는 기업에 이중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정적인 요인은 'SKU(Stock Keeping Unit·취급 품목 수) 관리'의 효율성이다. 완전히 새로운 메뉴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전용 소스, 특수 채소, 포장재 등 새로운 식자재를 공급망에 태워야 한다. 이는 본사의 물류 비용 상승은 물론, 판매 부진 시 가맹점의 악성 재고 및 폐기 비용 부담으로 직결된다. 반면 기존 메뉴의 리뉴얼이나 확장은 이미 유통되고 있는 식자재를 활용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물류 부하 없이 신제품 효과를 낼 수 있다. 재고 회전율을 높이고 손실 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인 셈이다.

현장의 인력난과 운영 효율성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조리 과정이 복잡하거나 낯선 신메뉴가 도입될 경우, 가맹점주는 숙련도가 낮은 아르바이트 인력을 대상으로 새로운 조리법을 교육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는 피크타임의 조리 동선을 꼬이게 만들고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기존 조리 매뉴얼을 유지하면서 토핑이나 구성만 단순 변경하는 방식은 현장의 교육 비용을 절감하고, 운영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객단가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구관이 명관'이라는 논리가 작동한다. 불황기에는 소비자를 설득하는 데 드는 비용, 즉 '고객 획득 비용(CAC)'이 상승한다. 생소한 신규 브랜드를 인지시키기 위해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붓는 것보다, 이미 소비자들의 뇌리에 맛과 경험이 각인된 '레거시(Legacy) 제품'을 소환하는 것이 마케팅 효율 측면에서 월등히 유리하다.

소비자 심리 또한 이러한 기업의 전략을 뒷받침한다. 외식 물가 부담이 가중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메뉴에 도전했다가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을 극도로 꺼리는 '실패 회피' 성향이 뚜렷해졌다. "아는 맛이 무섭다"는 말처럼, 이미 검증된 맛을 선택함으로써 지출에 대한 심리적 만족도를 보장받으려는 보수적인 소비 패턴이 강화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러한 '로우 리스크(Low Risk)'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외식업계가 처한 위기는 단순한 소비 침체가 아니라 비용 구조의 붕괴에서 기인한 '이익 불황' 성격이 짙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혁신(R&D)에 자원을 투입하기보다, 고정 팬덤과 데이터가 확보된 자산을 리뉴얼해 수익성을 방어하는 것이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경영 전략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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