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위주의 성장…고물가 및 고금리 등 내수 부진으로 양극화
[미디어펜=박재훈 기자]반도체를 기반으로 수출이 살아나면서 2%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내수는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산업별, 계층별 격차가 벌어지는 'K자형 성장'이 고착되며 양극화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 경기도 평택항./사진=연합뉴스


25일 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지난해 실질 성장률(1%·속보치) 가운데 반도체를 포함한 IT 제조업의 기여도는 0.6%포인트에 달했다.

반도체만 놓고보면 성장률을 0.9% 끌어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같은 쏠림 현상은 심화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관세청의 이달 1∼20일 수출입 현황 통계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증가했으며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5%까지 늘었다.

주식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5000을 달성하며 대형주가 이달 19.32% 올랐지만 중형주와 소형주 지수는 상승이 미미했다. 코스피 5000이 반도체 중심의 대형주 쏠림 현상이라는 평가다.

코스피 지수가 4600선에 육박했던 지난 9일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지수는 3400선 수준에 머물렀다.

자영업자 현황을 살펴보면 내수 경기와 수치의 양극화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작년 자영업자는 562만 명으로 전년 대비 3만8000명 줄어 코로나19 사태 당시인 2020년 이후로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특히 고용원 없이 장사하는 자영업자가 전년 대비 3만8000명 줄었다. 2024년(-4만4천명) 6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뒤 2년 연속 줄어든 것이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통상 경기가 좋을 때는 직원채용이 늘면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사업 규모를 늘리지 않고 직원을 두지 않거나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아예 문을 닫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물가와 고금리, 내수 부진의 직격탄이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집중돼 내수 현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과 금융시장의 쏠림이 가구의 소득, 자산 격차 확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5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부자'들의 금융자산 증가율(8.5%)은 전체 가계 금융자산 증가율(4.4%)의 약 두 배에 달했다.

또한 이들이 보유한 총금융자산(3066조 원)은 전체 가계 금융자산(5041조 원)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가계소득 분배 지표는 3년 만에 악화했다. 2024년 기준 소득 상위 20% 가구와 하위 20% 가구의 소득 차이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은 5.78배를 기록했다.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5.78배 더 많은 소득을 올렸다는 뜻으로 해당 수치가 전년보다 높아지면서 가계 간 소득 격차는 2021년 이후 다시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K자형 성장'의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보다 경제 구조 전반의 체질 개선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작년 두 차례 시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한시적 소비 진작책보다는 성장의 온기가 산업 전반과 계층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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