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연 20만대 시대…중국산 테슬라가 성장 견인
중국 파상공세에 점유율 뚝…'안방 지키기' 비상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전기차 시장이 '연간 20만 대 판매'라는 외형적 성장을 이뤄냈지만 수입차의 공세가 거세지며 국산차의 입지는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테슬라 모델Y와 BYD 등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발 공습이 본격화된 영향이다. 여기에 지커, 샤오펑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추가 진입까지 예고되면서 경쟁 구도는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전기차 시장은 사상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22만177대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0.1% 증가한 수치로 처음으로 20만 대를 넘어섰다. 시장의 외형은 커졌지만 주도권은 국산차에서 수입차, 특히 중국산 전기차로 빠르게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 테슬라 모델Y./사진=테슬라코리아 제공

◆ EV 외형 성장 속 주도권 이동…중국산 전기차 존재감 확대

기아는 EV4·EV5·EV9 GT·PV5 등 다양한 신차를 출시하며 전기차 판매 1위(6만609대) 자리를 유지했지만 성장 속도 면에서는 테슬라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테슬라의 국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1.3%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기아는 45.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현대차·기아·테슬라·KGM에 이어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폴스타 등이 상위 판매 브랜드로 이름을 올리며 수입차 비중 확대 흐름도 분명해졌다. 국산차 전기차 점유율은 57.2%로 전년 대비 6.8%포인트 하락한 반면, 수입차 점유율은 42.8%까지 상승했다. 수입차 점유율은 2023년 29.2%, 2024년 36%에 이어 지속적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지난해 한국 승용차 시장에 본격 진출한 BYD는 연간 6107대를 판매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이는 테슬라가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보다 빠른 속도다. BYD는 소형 SUV 아토3를 시작으로 씰, 씨라이언7 등을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BYD는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사후 서비스(AS)에 대한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내구성·AS 불안이 여전한 상황에서 물리적인 거점 확대를 통해 소비자 체감 신뢰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BYD는 전국에 승용 전시장 32곳과 서비스센터 16곳을 운영 중이다. 수도권은 물론 부산·대구·광주·대전·제주 등 주요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축하며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 가격 인하 도미노…중국발 공세에 수익성 방어 '빨간불'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는 파격적인 가격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인기 모델을 최대 940만 원까지 할인하며 '3000만 원대 전기차' 시장을 본격 공략했다. 가격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기아와 테슬라의 점유율 격차는 0.3%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현대차와 기아도 반격에 나섰다. 기아는 일부 패밀리카 모델 가격을 최대 300만 원 인하했고, 정부·지자체 보조금과 내연차 전환 지원금이 더해질 경우 실구매가는 3000만 원대까지 내려간다. 현대차 역시 최대 650만 원 할인과 함께 할부 금리를 대폭 낮춰 이자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맞불을 놨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추가 진입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BYD는 올해 판매 목표를 '1만 클럽'으로 설정하고, 소형 해치백 돌핀과 씰 RWD 모델을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돌핀의 출고가는 2000만 원 후반대로 예상된다. 여기에 지커, 샤오펑 등 다른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도 국내 진출을 예고하며 경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이 심화될수록 국산 브랜드의 수익성 압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브랜드들이 가격 인하 경쟁에 동참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제조 원가 부담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단기적인 할인 경쟁을 넘어 중장기적으로는 정책 지원과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 확보가 병행되지 않으면 국산차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