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글로벌 해운업계가 공급과잉에 따른 저운임 국면의 장기화에 직면하고 있다. 팬데믹 시기 고운임을 배경으로 발주된 신조선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면서 선복량이 빠르게 늘어난 반면, 수요 회복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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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MM 함부르크호./사진=HMM 제공 |
이에 따라 해운업계에서는 운임 반등에 기대는 단기 경쟁보다 선종 구성·계약 구조·비용 체질 등 사업 구조 전반을 재편하는 생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5주 연속 하락하며 약 네 달 만에 13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저운임 흐름이 일시적 조정이 아닌 구조적 국면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실제 해외 선사 ‘Sarjak Container Lines’가 최근 발표한 산업 전망 보고서에는 글로벌 해운 산업은 2026년에 '화주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뚜렷하게 형성돼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수요와 수요 간의 불균형 확대와 운송 요금 하락에 의해 촉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선복 공급 증가율이 당분간 수요 증가율을 상회할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실적에서 공급과잉과 운임 하락이 주요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운임 반등 시점을 예단하기보다 저운임 환경을 전제로 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 해운사들의 대응 방식 역시 점차 뚜렷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먼저 HMM은 컨테이너선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벌크선 비중 확대에 나서고 있다. 컨테이너 시황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선종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장기 계약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벌크 부문을 통해 현금흐름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그 일환으로 HMM은 최근 싱가포르 조선사인 베르제 벌크에서 20만9000DWT급 드라이 벌크선 1척을 7450만 달러에 인수했다. 지난해 10월 6만 3000DWT급 드라이 벌크선 2척을 사들인 데 이어 약 3개월 만에 대형 선박을 추가 확보한 것이다.
이는 단기적인 실적 개선보다는 업황 하강 국면에서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선택으로 해석된다.
대한해운은 기술 전환을 통해 저운임 국면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선박에 위성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도입하며 선박과 육상 간 실시간 데이터 연결을 강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AI를 활용한 운항 최적화, 연료 효율 관리, 항로 분석 등을 본격화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체선과 대기 리스크가 크고 항차별 손익 편차가 큰 벌크선 특성을 고려할 때 운영 효율 개선은 곧 원가 절감과 수익성 방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팬오션은 기존의 벌크 장기운송계약(COA) 중심 전략을 유지하며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철광석, 석탄, 곡물 등 필수 원자재 운송을 기반으로 장기 계약 비중을 높여 스팟 운임 변동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는 구조다. 실제 팬오션은 매출의 약 40%, 영업이익의 68~70%가 장기계약 기반에서 발생하는 구조로 알려졌으며. 현재 저운임 국면에서는 실적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해운업 경쟁의 축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 운임 변동보다 중장기적인 사업 구조, 비용 관리 능력, 운영 효율성이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운임 사이클을 얼마나 잘 타느냐가 해운사의 실적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저운임이 기본값이 된 환경에서 어떤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국면”이라며 “선종 구성, 계약 구조, 디지털 전환 여부에 따라 같은 시황에서도 실적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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