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현대자동차가 렌터카 시장 진출을 공식화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업계 내 관심이 쏠린다. 완성차 제조사가 렌터카 사업을 직접 추진하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시장 구조와 제도 환경을 감안하면 기존 사업자를 대체하기 위한 확장보다는 차량 유통과 금융, 중고차 회수 구조를 정비하려는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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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기아 사옥./사진=현대자동차 제공 |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상 사업 목적에 ‘자동차 대여 사업’을 추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완성차 판매 사업과 더불어 단기 렌터카 사업을 중심으로 렌털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자사의 자동차 구독 서비스 ‘현대셀렉션’을 기반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는 방안으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이미 2019년 현대셀렉션을 통해 렌터카 시장에 간접적으로 참여해왔다. 현대차가 차량을 공급하고 렌트 운영과 정비는 외부 렌터카 업체가 담당하는 구조로, 플랫폼 성격이 강한 모델이다.
이번 렌터카 사업 목적 추가 역시 새로운 사업을 전면적으로 키우기보다는 기존 셀렉션 모델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하고 차량 운용과 금융, 회수·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렌터카 시장 진출이 기존 사업자의 영역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완성차 제조사가 차량 공급부터 렌털 운영, 중고차 회수까지 직접 관여할 경우 원가·조달·금융 측면에서 기존 렌터카 업체보다 구조적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업계에서는 렌터카 시장의 구조를 감안하면 현대차의 진출이 단기간에 판도를 흔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렌터카 등록 대수는 약 110만 대 규모로 이 가운데 롯데렌탈과 SK렌터카가 각각 약 25만~30만 대 안팎을 운영하며 시장 1·2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미 상위 사업자 중심의 과점 구조가 형성돼 있는 셈인 만큼 현대차의 진입 이후에도 단기간에 시장 판도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시장 특성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공정위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롯데렌탈 지분 63.5%를 인수하는 내용의 기업결합 신고에 대해 경쟁 제한 우려를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렸다.
이는 렌터카 시장이 이미 경쟁 당국의 관리 대상에 올라 있으며 사업자 간 결합이나 급격한 시장 재편에 제약이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현대차의 진입 시점이 규제 환경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1년 미만 단기 렌터카 업종은 2018년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직접 진입이 제한돼 왔지만, 2024년 말 해당 규정이 해제되며 완성차 업체를 포함한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렌터카 사업 추진 역시 갑작스러운 시장 진입보다는 규제 완화 이후 나타난 구조적 변화의 결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렌터카 사업을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보다는 차량 잔존가치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향후 인증 중고차 판매로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차량 판매 이후의 금융, 운용, 회수 단계를 하나의 구조로 묶는 것이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실례로 현대차는 최근 제주 지역 렌터카 산업을 대상으로 차량 잔존가치 관리와 금융 연계를 강화하는 지원 모델을 선보였다. 현대차는 현대캐피탈, 제주특별자치도렌터카조합과 협약을 맺고 렌터카 업체가 현대인증중고차 사업과 연계해 차량 매각 시 신차 구매가의 최대 65%까지 중고차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연간 주행거리 기준을 3만5000km까지 설정하고, 할부 금리 인하 및 계약 종료 시 차량 반납·상환·연장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 점 역시 차량 운용과 회수 단계까지 염두에 둔 구조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현대차가 렌터카 사업을 단순한 운용 확대가 아닌, 잔존가치와 금융 구조를 함께 관리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결국 현대차의 렌터카 시장 진출은 기존 사업자를 대체하기 위한 물량 경쟁보다는 완성차 판매 이후의 유통·금융·회수 구조를 하나의 체계로 묶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렌터카를 단독 사업으로 키우기보다는 차량 생애주기 전반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이라는 평가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이번 움직임은 기존 렌터카 산업을 흔드는 시도라기보다 완성차·렌터카·중고차 시장이 맞물려 공존하는 구조로 진화하는 과정의 일부”라며 “현대차의 진입이 시장을 재편하기보다는 경쟁의 방식을 바꾸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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