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취임 100일'을 앞둔 황기연 수출입은행장이 대규모 정책금융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활력 제고에 집중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무역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방산·조선·원전 및 반도체·바이오·자동차 등에 5년간 조단위 대규모 금융지원을 펼쳐 국내 기업의 활력 제고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황 행장은 11일 오전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2026년도 주요업무 추진계획'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 |
 |
|
| ▲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답변 중이다./사진=수출입은행 제공 |
황 행장은 모두발언에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화된다라는 부분을 굉장히 긴장하면서 바라보고 있다"며 "우리가 지금 지원하고 있는 수출기업이 어떻게 세계 시장에 나갈 건지, 미중 무역이 편중된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나가야 할 새로운 시장은 어떻게 봐야 될 것인지 등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황 행장이 발표한 수은의 업무계획은 궁극적으로 '국내기업의 활력 제고'에 중점을 두고 있다. △통상위기 극복 및 수출활력 제고 총력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및 상생성장 지원 확대 △국가전략산업 육성 및 핵심 공급망 구축 △대한민국 경제영토 확장 등의 4개 축을 토대로 생산적 금융을 활성화함으로써, 저성장 극복 및 양극화 해소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 수은은 국내기업의 수출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5년간(2026~2030년) 총 150조원 규모의 '수출활력 온(溫, ON) 금융지원 패키지'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고환율 및 관세장벽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 중소중견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특정시장 수출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해 금리 및 한도 등에서 금리우대책도 펼칠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의 석화·철강산업의 구조개편 정책에 부응해 제조공정 개선, 친환경·고부가 전환 등 근본적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콘텐츠·푸드·뷰티 등 유망 소비재 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해외로 진출한 핵심 소부장 기업의 국내복귀도 지원할 계획이다.
국가전략산업에도 자금을 집중 지원한다. 우선 인공지능(AI) 대전환을 선도한다는 구상이다. 수은은 지난 1월 'AX 특별 프로그램'을 신설한 바 있는데, AI 산업 전 분야에 5년간(2030년까지) 22조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반도체·바이오·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육성에 5년간 50조원을 지원하고, 방산·원전·인프라 등 해외 전략수주 산업 지원에 5년 간 100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규모·고위험 사업을 위해 재경부가 신설 추진 중인 '전략수출금융기금'도 활용할 계획이다.
황 행장은 "앞으로 반도체·조선·방산처럼 잘 나가는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 선점할 수 있도록 열심히 지원하도록 하겠다"면서도 "석유화학이라든지 철강·배터리처럼 지금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런 업종도 체질 개선을 통해서 글로벌 사우스 같은 새로운 시장에서 활로를 찾도록 적극적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유동성 공급도 확대한다. 수은은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을 보유한 중소중견기업에 3년간(2026~2028년) 총 110조원 이상을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비수도권 소재 기업에 수은의 총여신액 35% 이상을 배정해 수출금융을 집중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또 '수출중소중견 지역주도성장펀드'를 상반기 중 1조 3000억원 규모로 조성해 수은의 약정액 2500억원의 1.5배를 지역기업 등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그 외 중소중견기업의 조기 납품대금 회수를 위해 상생금융 명목으로 3조 5000억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황 행장은 "수도권 대기업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지방에 있는 수출 중소기업은 굉장히 애로사항도 많다"며 "앞으로도 지역과 주요 산업 현장을 계속 찾아다니고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핵심 과제 이행을 위해서 수은의 역량을 총 동원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핵심 공급망 구축을 위한 금융지원도 강화한다. 수은은 공급망 기업에 출연금 850억원(예정)을 이차보전 재원으로 활용해 국고채 금리에 준하는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저신용 등으로 대출한도가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에게는 500억원 규모로 특별 대출을 운영한다. 핵심광물 및 에너지펀드에도 올 상반기까지 25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 외 AI·원전·소형원자로·전력망의 핵심원자재 국내 생산 및 수업지원을 확대하고, 항만 터미널 등 물류 인프라 구축에도 힘쓸 예정이다.
이 외에도 황 행장은 △글로벌 사우스 등 신수출시장 개척 △EDCF 지원 △남북 교류협력 활성화 등에도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해 수은은 올해 1조 1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통일부가 정책을 수립하면, 남북협력기금을 담당하는 수은이 신속하게 금융지원을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생산적 금융, 지역중기에 집중 지원
수은이 이날 발표한 업무계획 내용은 궁극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포용금융 기조와 더불어 첨단전략산업 지원 등으로 모여진다. 다만 대형 시중은행에서도 AI를 비롯 생산적금융을 대거 쏟아내고 있는 만큼, 자칫 금융지원이 중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황 행장은 지역 중소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생산적 금융에 집중할 것임을 시사헀다. 황 행장은 "수출입은행의 설립 목적이 생산적 금융"이라며 "포용이라는 관점에서 생산적 금융을 하되 지역 중소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수은은 비수도권 중소기업에 최대 2.2%포인트(p)의 우대금리 및 비금융 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전·방산 등 민간 시중은행의 자금지원이 어려운 산업군에 수은이 집중 지원함으로써 차별화된 생산적금융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수은법 개정안이 통과된 가운데, 황 행장은 이에 따른 대비도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황 행장은 "지난해 12월 법이 통과됐고, 시행 시점은 올해 7월부터 해당되기 때문에 지금 관련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수은법 개정 이후 필요한 인력채용 및 조직개편안에 대해서도 시사했다. 황 행장은 "(수은법 개정으로) 투자 제약이 풀렸지만 조직이 있어야 되고, 또 전문 인력이 또 있어야 되는데, 사실 전문 인력이 없다"며 "인력은 계속 늘려나가야 되고 전문 인력도 외부에서라도 경력직으로 채용할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