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정부의 대규모 약가 인하 정책에 맞서 이사회를 열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시행 유예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협회는 요구가 외면당하면 대통령 탄원서, 대국민 호소, 의원 청원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경고하며 업계 반발이 최고조에 달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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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10일 방배동 협회에서 제 1차 이사회를 개최했다./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전날 서울 방배동 협회에서 '2026년 제1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5대 촉구 사항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은 △대규모 약가 인하의 건정심 의결·시행 유예 △국민건강·고용 영향평가 실시 △시장연동형 실거래가 시행안 폐기 △중소 제약기업 구조 고도화 지원책 마련 △약가 정책과 산업 육성을 정례 논의할 정부-산업계 거버넌스 구축 등을 골자로 한다.
이사회가 특히 강한 어조를 보인 것은 시장연동형 실거래가제 폐기 요구다. 해당 제도는 2010년 '시장형 실거래가제'로 도입됐으나 1원 초저가 낙찰과 대형병원 약가 절감액 집중 등 부작용으로 2014년 폐지된 바 있다.
정부가 2027년 재도입을 추진하자 업계는 실패한 제도의 부활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반발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CEO 설문조사에서도 59개사 중 54개사(91.5%)가 비자발적 가격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에 우려를 표했다.
업계의 위기감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정부 개편안은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오리지널 대비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수치상 13% 인하지만 기존 납품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제약사가 체감하는 매출 감소율은 20~30%에 이른다.
비대위 CEO 설문에서는 기업당 평균 매출 손실액 233억 원, 영업이익 감소율 평균 51.8%로 집계됐다. 비대위는 업계 전체 연간 피해액을 3조6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러한 타격은 제네릭 매출 비중이 높은 전통 대형 제약사에 집중된다.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예상 손실 453억 원), 삼진제약의 플래리스(214억 원), 대웅제약의 크레젯(113억 원), 종근당의 리피로우(103억 원) 등 캐시카우 품목이 직격탄을 맞게 되는 것이다. 국내 상위 100대 제약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4.8%에 불과한 가운데 주력 품목의 대규모 인하는 수익 구조에 근본적인 위기가 될 것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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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웅제약 용인 연구소 전경./사진=대웅제약 |
또 다른 변수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여부다. 혁신형 기업은 R&D(연구개발) 투자 비율에 따라 약가 60~68%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비혁신형은 40%대가 그대로 적용돼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 증발할 수 있다.
대웅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혁신형 인증 기업은 상대적으로 방어가 가능하나 중소·중견 제약사는 상황이 좋지 않다. 아울러 약가 인하 대상 품목의 70% 이상을 중소·중견사가 보유하고 있어 다수 기업이 적자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네릭 사업 자체의 존립도 도마에 올랐다. 설문 응답 기업의 74.6%가 제네릭 출시를 전면·일부 취소하거나 보류하겠다고 답했다. 약가가 100원 이하로 떨어지는 품목은 만들수록 손해기 때문에 생산 중단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과거 일본에서도 급격한 약가 인하 이후 제네릭 의약품의 32.1%에서 공급 부족 또는 생산 중단이 발생한 전례가 있어 국내에서도 필수 의약품 수급 차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미미하다는 점은 업계 반발의 주요 논거다. 약가가 5355원에서 4000원으로 내려가도 약국 본인부담금(30%)으로 환산하면 1607원에서 1200원으로 약 400원 차이에 불과하다.
저가 품목의 경우 환자 체감 차이는 100~200원 수준까지 줄어든다. 오히려 저가 의약품 생산 중단 시 동일 효능의 고가 약을 처방받게 돼 환자 부담이 늘어나는 역설이 벌어질 수 있다. 실제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때도 건보 재정은 일시 절감됐으나 소비자 부담은 오히려 13.8% 증가한 바 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 협회장은 "글로벌 신약 강국 도약과 국민 건강 안전망 구축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전 회원사의 결속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웅섭 이사장도 "현 약가 개편은 R&D 투자 기반과 미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정책"이라며 "비대위 중심의 전략적 대응으로 산업 지속 가능성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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