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SK온, 합작 지분 인수 및 독자 라인 전환
전용 대신 범용 라인…ESS·하이브리드 유연 대응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이유로 약속했던 합작공장(JV) 건설을 잇따라 백지화하거나 연기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홀로서기로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판매 실적에 따랐던 수동적 파트너에서 벗어나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 품목과 고객사를 자유롭게 조절하는 '능동적 플레이어'로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합작사인 얼티엄셀즈 오하이오공장 전경./사진=얼티엄셀즈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터리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JV 리스크'다. 과거 배터리 공급 부족 시기에는 JV가 안정적인 물량을 보장했지만 지금은 배터리 업체의 손발을 묶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엔솔은 최근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지분 조정을 통해 사실상 독자 경영 체제를 굳히는 수순에 들어갔다. 당초 파트너십을 맺고 공장을 지으려 했으나, 스텔란티스가 전기차 투자 속도를 늦추자 아예 지분을 인수해 '단독 공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뿐만 아니다. 제너럴모터스(GM)는 LG에너지솔루션과 얼티엄셀즈 3공장 건설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3조6000억 원을 투입해 연 50GWh 규모의 대형 공장을 지을 계획이었으나,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자 과감하게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LG엔솔은 앞서 포드와의 튀르키예 합작 공장 계획을 철회했다. SK온 역시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 체제를 종료하면서 자산을 분할해 테네시 공장은 SK온, 켄터키 공장은 포드가 운영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SK온은 미국 테네시 공장을 독자 운영 체제로 전환해 ESS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는 등 유연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합작공장 철회는 단순한 사업 철수가 아니라 시장 상황에 맞춰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내실을 다지기 위한 유연한 조치"라며 "완성차 업체들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배터리 기업만 무리하게 공장을 지어 고정비 부담을 떠안을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배터리의 '홀로서기'는 단순히 파트너와 헤어지는 것을 넘어, 생산 주권을 회복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JV 공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전용 라인'이다. 계약상 특정 완성차 업체의 특정 모델에만 배터리를 공급해야 한다. 파트너사가 차를 못 팔면 공장 가동률은 0%가 되고, 다른 고객사에게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구조다.

반면 독자 공장은 라인을 유연하게 돌릴 수 있는 '범용 라인'이다. LG엔솔과 SK온은 합작이 무산되거나 지연된 라인을 발 빠르게 ESS(에너지저장장치) 전용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는 줄었지만 AI 데이터센터 등으로 인해 폭증하는 전력망 수요를 잡기 위해서다.

또한 최근 수요가 급증한 하이브리드(HEV)용 배터리나, 테슬라·리비안 등 다른 고객사를 위한 물량 배정도 독자 공장이기에 가능하다. 즉, 특정 OEM의 흥망성쇠에 내 실적이 좌우되는 '천수답 경영'을 끝내겠다는 의지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JV 해체는 단기적으로는 배터리 사의 투자비 부담을 늘리지만, 장기적으로는 특정 OEM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구조 역시 재편되고 있다. 과거에는 완성차 업체가 "공장 지어줄게, 기술 내놔라"며 갑 행세를 했다면, 이제는 배터리 업체가 "물량 보장 못 하면 독자 노선 간다"며 주도권을 행사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국내 배터리 업계는 신규 계약 시 최소 물량 보장(MVC) 조항 강화, 가동률 저하에 따른 보상금 청구 등을 요구하며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차세대 배터리인 '46시리즈(지름 46mm 원통형)'나 'LFP(리튬인산철)' 등 기술 주도권을 쥔 제품은 아예 합작을 배제하고 독자 생산을 고수하는 추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합작이 생존의 조건이었지만, 이제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원하는 고객에게 제품을 팔 수 있는 '독자 생존력'이 진짜 경쟁력"이라며 "올해는 배터리 업계가 완성차의 그늘에서 벗어나 주도권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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