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민서 기자]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는 13일 성명을 내고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현 오케이 레코즈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주주간 계약 효력 및 해지 관련 재판에서 승소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연제협은 이날 "이번 판결이 현장의 불안을 잠재우기는커녕 불신을 조장할까 우려하고 있다"며 "배신의 '실행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를 저버린 '방향성'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 |
 |
|
| ▲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왼쪽)와 하이브 사옥. /사진=오케이 레코즈, 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연제협은 "이번 판결은 탬퍼링을 획책했더라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거나 실행 전 발각됐다면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식의 위험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연제협은 '투자 계약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봤다. 협회는 "탬퍼링은 시도 자체로 현장을 파괴한다. 단순한 계약 분쟁이 아니라, 공동의 결과물을 찬탈하려는 행위이자 산업의 신뢰를 뿌리째 뽑는 파괴적 행위"라면서 "항소심 등 향후 절차에서 사법부가 업계의 특수성과 제작 현장의 현실을 깊이 통찰해 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뢰를 기반으로 성립하는 계속적 관계에서, 그 신뢰가 무너졌을 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경계가 제시돼야 한다"며 "그래야만 제작자들이 다시 사람을 믿고 자본을 투여하며, 다음 세대의 아티스트를 키워낼 수 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부장판사 남인수)는 전날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청구 소송과 하이브가 민 전 대표를 상대로 낸 주주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에서 모두 민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민 전 대표가 하이브로부터 (산하 레이블) 어도어를 독립시킬 방안을 모색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그 사정만으로 이 사건 주주간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하이브에 대해 민희진에게 255억 원 상당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재판 이후 하이브 측은 "판결문 검토 후 항소 등 향후 법적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 전 대표는 "재판부에 진심으로 큰 감사 드린다"면서 "이 결정이 우리 K-팝 산업을 자정하고 개선하는 하나의 분기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하이브와도 이제는 서로의 감정이나 과거의 시시비비를 넘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산업(K-팝)이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 |
 |
|
| ▲ 사진=한국연예제작자협회 제공 |
[이하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성명 전문]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이하 연제협)는 하이브와 민희진 전 대표 간 주주간계약 효력 및 해지와 관련한 2026년 2월 12일 1심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명합니다.
연제협은 본 사안이 단순한 특정 당사자 간의 법적 공방이 아니라 대한민국 연예 제작 현장이 수십 년간 지켜온 최소한의 질서와 원칙을 확인하는 사안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제협은 그간 전속계약 해지 논란과 템퍼링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계약과 신뢰가 무너지면 산업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거듭 경고해 왔습니다.
본 협회는 이번 판결이 현장의 불안을 잠재우기는커녕 불신을 조장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배신의 '실행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를 저버린 '방향성' 그 자체입니다.
제작은 결과가 아닌 과정의 산물입니다. 아티스트 한 팀을 대중 앞에 세우기까지는 수 년의 시간과 천문학적인 자본, 그리고 수많은 스태프의 헌신적인 노동이 투입됩니다. 이 복잡한 공정에서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는 파트너 간의 '신뢰'입니다. 그 신뢰가 파탄 나는 순간 제작 현장은 붕괴됩니다. 팀은 분열되고, 제작진은 소진되며, 아티스트와 팬덤은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
이번 판결은 템퍼링을 획책했더라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거나 실행 전 발각되었다면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식의 위험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특히 연제협은 이번 판결이 '투자 계약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제작 현장에서 투자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시스템과 인적 자원에 대한 장기적 신뢰의 선언입니다. 신뢰 관계가 명백히 파탄 났음에도 계약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는 투자자로 하여금 보수적인 판단을 강요하게 만들고, 이는 결국 엔터 산업 전반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합니다.
투자가 마르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창의적인 인재들과 신규 프로젝트입니다. 중소 제작사는 고사하고 현장의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며, K-팝이 세계 시장에서 쌓아온 다양성과 경쟁력은 감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결코 제작자를 위한 결정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템퍼링은 시도 자체로 현장을 파괴합니다. 템퍼링은 단순한 계약 분쟁이 아니라, 공동의 결과물을 찬탈하려는 행위이자 산업의 신뢰를 뿌리째 뽑는 파괴적 행위입니다.
연제협은 항소심 등 향후 절차에서 사법부가 업계의 특수성과 제작 현장의 현실을 깊이 통찰해 주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신뢰를 기반으로 성립하는 계속적 관계에서, 그 신뢰가 무너졌을 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경계가 제시돼야 합니다.
그래야만 제작자들이 다시 사람을 믿고 자본을 투여하며, 다음 세대의 아티스트를 키워낼 수 있습니다.
연제협은 K-팝 생태계가 특정 개인의 일탈에 흔들리지 않고 강건한 '시스템'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건전한 계약 질서 확립과 제작 시스템 보호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2026년 2월 13일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미디어펜=김민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