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와 '경솔'의 경계, 반복되는 말 실수는 실수일까?
말 실수 때와 달리 사과는 늘 소속사가 대신 해주는 구조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방송인 전현무가 또다시 ‘입’으로 화를 불렀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지상파 TV와 OTT를 종횡무진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실언과 그 뒤를 따르는 판에 박힌 사과가 대중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순직 공직자를 향한 저급한 비속어 사용으로 전직 아나운서로서의 품격마저 저버렸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예능 ‘운명전쟁 49’에서 전현무는 순직 경찰관의 사연을 다루던 중, 흉기에 의한 상해를 지칭하며 ‘칼빵’이라는 비속어를 사용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의 희생을 다루는 대목에서 말하기엔 극히 부적절한 단어였다. 바른 언어를 선도해야 했던 아나운서 출신이자 ‘말’을 업으로 삼아 인기와 부를 얻은 방송인이 정작 말의 무게를 망각했다는 지적이 많다.

   
▲ 전현무가 자신이 MC를 맡고 있는 디즈니+의 '운명전쟁 49'에서 순직 경찰관의 죽음을 놓고 비속어 표현을 한 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 그러나 반복되는 말 실수와 판에 박힌 사과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이러한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전현무가 보여주는 무책임한 대응 방식도 비판의 대상이다. 

이번에도 실언은 전현무가 직접 했으나, 사과는 소속사 명의의 보도자료 뒤에 숨은 ‘대리 사과’였다.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시청자의 눈을 바라보며 사과하는 대신 소속사를 앞세우는 모습은 떳떳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문제의 프로그램이 이미 촬영을 마친 상태라 전현무가 해당 프로그램에서 직접 사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다른 프로그램에서 사과를 하는 것도 적절하지는 않다. 

다만 SNS를 활용하는 등, 전현무가 방법을 고민한다면 얼마든지 직접 사과할 길은 있다. 게다가 유가족을 직접 찾아가서 사과를 하는 것은 사과의 진정성을 더 공감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더욱 문제는 이러한 ‘실언 후 대리 사과’ 패턴이 10년 넘게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12월 30일 SBS 연예대상 당시 대상 후보인 강호동에게 “어떤 활약을 했느냐”, “염치없다”는 무례한 질문을 던져 사과했고, 2016년 1월 14일 서울가요대상에서는 공동 MC 하니에게 “준수하니?”라는 사적인 농담으로 당사자를 울려 빈축을 샀다. 또한 2019년 12월 28일 SBS 연예대상에서도 시상자 박명수에게 면박을 주는 태도로 구설에 올랐다.

그때마다 전현무는 고개를 숙였지만, 진정성에는 늘 의문이 따랐다. 진정한 반성이라면 언행에 신중을 기하는 등 변화가 동반되어야 함에도, 그는 사과 직후 다른 프로그램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자극적인 캐릭터를 고수하며 활동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현재 전현무는 방송가에서 가장 많은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방송인이다. 충분한 숙고 없이 여러 현장을 돌며 자극적인 멘트에 의존하는 ‘무분별한 다작’이 실언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복되는 사과는 반성이 아니라 습관에 불과하다. 전현무는 이제 소속사 뒤에 숨은 서면 사과가 아니라, 자신의 입이 가진 사회적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대중이 보고 싶은 것은 화려한 입담이 아니라, 자신의 실수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변화된 태도를 보여주는 방송인의 책임감 있는 자세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