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법원 결정으로 장난치는 국가, 더높은 관세 마주할것"
현대차·기아, 최대 매출에도 관세 비용으로 이익 7.2조원 증발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즉각적인 '플랜 B' 가동에 나서며 글로벌 무역 환경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그동안 미국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판매 가격 동결이라는 고육책으로 대응해 왔으나 관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법원의 제동으로 기존 '상호관세'는 일부 효력이 제한됐다. 하지만 행정부 권한을 우회 활용한 고율 관세 기조가 유지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산업이 재차 시험대에 올랐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을 이용하는 국가에 대해 보복성으로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사진=제미나이 그래픽


◆ 대법원 판결 비웃는 트럼프, 122조 근거 10% 우선 적용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대법원이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 권한에 제동을 걸자 즉시 1974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내세우며 전 세계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하루 만에 관세율을 법적 상한선인 1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히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무역법 122조는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등의 비상 상황에서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최장 150일 동안 최대 15%의 관세를 일시적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항이다. 비록 시한부 조치라는 한계가 있지만 트럼프 정부가 법적 우회로를 통해 고관세 정책을 상시화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어떤 나라든 대법원의 터무니없는 결정으로 장난을 치려한다면 그들은 최근 동의했던 것보다 더 높은 관세와 그보다 더 나쁜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기존에 미국과 무역 협상을 마무리했던 국가들이 이번 판결을 빌미로 합의 내용을 번복하거나 이행을 늦출 경우 오히려 더 강력한 '징벌적' 관세를 매기겠다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결국 상호관세의 법적 명분은 약화됐지만 고관세 기조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수출 산업은 다시 '관세 리스크'의 직격탄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새로 도입된 '글로벌 관세'는 이날 공식 발효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 서명한 포고문에 따라 미 동부시간 이날 오전 0시 1분(한국시간 24일 오후 2시 1분)을 기해 일부 예외 품목을 제외한 전 세계 대미 수출품에 10%의 관세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새 글로벌 관세는 우선 10% 수준에서 시행되며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법적 상한선인 15%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다만 구체적인 상향 시점과 절차는 추가 포고령 등을 통해 확정될 전망이다.

◆ 밑 빠진 독에 물붓기?…'점유율 vs 수익성' 갈림길

한국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미국 내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판매 가격을 동결하는 전략을 유지해 왔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방어하겠다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1%대까지 상승하며 존재감을 확대했다.

외형은 성장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매출 186조2545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기아도 114조1409억 원으로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미국 시장의 견조한 수요와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확대가 외형 성장을 견인했다.

그러나 수익성은 뒷걸음질쳤다. 관세 부담이 본격 반영되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19.5% 감소했다. 현대차는 관세에 따른 영업이익 손실을 4조1100억 원으로 추산했고, 기아도 3조1000억 원 규모의 부담을 떠안았다. 두 회사를 합치면 7조 원 이상이 관세 비용으로 증발한 셈이다.

가격 동결 전략이 점유율 확대에는 효과를 냈지만, 이익 방어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문제는 관세가 일시적 조치에 그치지 않고 사실상 '상시 변수'로 굳어질 가능성이다. 글로벌 기본 관세 15%가 현실화되거나 품목별 관세가 재가동될 경우 가격 동결 전략을 계속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자동차 업계는 '점유율 방어'와 '수익성 방어' 사이에서 다시 한번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됐다. 업계에서는 미국 내 판매 가격 인상,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한 관세 회피,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조정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로 통상 리스크가 일부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정책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며 "가격 경쟁력 방어와 수익성 보전 사이에서 기업들의 셈법이 어느 때보다 복잡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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