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보험사들이 잇따라 자사주 소각에 나서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꼽힌다. 다만 건전성 규제 강화로 자본 확충 또한 시급해 보험사들의 고민이 깊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임직원 보상 등 목적의 자사주 470만주를 제외한 보통주 및 전환우선주 등 총 6296만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의 약 93%에 해당한다.

   
▲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미래에셋생명,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보험사들이 잇따라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사진=미래에셋생명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이번 소각 결정으로 미래에셋생명의 총 발행주식 수는 기존 대비 31.8% 감소하게 된다”면서 “특히 시장의 관심이 높은 보통주는 전체의 23.6%가 줄어 주당 순이익(EPS) 증대 등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DB손해보험은 전체 발행주식의 약 5.6%에 해당하는 보통주 388만3651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달 27일 공시했다. 소각 예정 금액은 7980억9028만원이며, 기취득 자기주식을 활용한다. 소각 예정일은 오는 30일이다.

이번 자사주 소각은 2020년 이후 두 번째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12월에도 141만6000주를 소각한 바 있다. 당시 소각 규모는 이사회 결의일 전일 종가 기준 약 1752억원이었다.

현대해상은 오는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 보유 및 처분 계획 승인 안건을 의결한 예정이다.

현대해상은 보유 중인 자사주 12.29% 중 3%는 임직원 성과 보상 목적으로 활용하고, 9.29%는 상법 개정안에 따라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환원을 위해 소각할 계획이다.

소각 대상 물량은 올해와 내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약 4.64%씩 나눠 진행된다. 올해 자사주 소각 규모는 약 2852억원으로 현대해상의 지난해 별도 당기순이익 대비 약 51%의 주주환원율에 해당한다.

보험사들의 자사주 소각 배경에는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차 상법 개정안이 있다. 개정안은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하고, 새로 취득한 자사주는 1년 이내, 기존 보유 자사주는 법 시행 후 1년 6개월 이내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보험사의 경우 주식 보유 구조상 상대적으로 자사주 비중이 높다. 현재 보험 상장사 가운데 자사주 비중이 높은 곳은 미래에셋생명(26.3%), 한화생명(13.5%), 삼성화재(13.4%), DB손해보험(12.6%), 현대해상(12.3%), 삼성생명(10.2%) 등이다.

아직 자사주 소각 계획을 내놓지 않은 보험사들도 법 시행 후 1년 6개월 안에 소각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만큼 소각 규모 등 방안을 고심 중이다.

다만 자본 관리 규제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은 보험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체제에서 자사주 소각은 가용자본을 감소시켜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

또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보험사에 기본자본 킥스비율 50%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보험사는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50% 이상 유지해야 하며 기준 미달 시 적기시정조치가 부과된다. 0% 미만이면 경영개선요구 대상이다.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기본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백분율이다. 가용자본(기본자본+보완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기존의 킥스비율보다 더 엄격한 건전성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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