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에서 촉발된 ‘쿠팡 사태’가 미국의 통상 압박을 높이는 지렛대가 되고 있다. 쿠팡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치들을 미국에서 ‘자국 기업 차별’이라 주장하는 가운데,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관세 부과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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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8일께 우리나라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은 지난 1월22일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에 차별적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면서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조사해 달라고 USTR에 청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USTR은 청원이 접수되면 접수 후 45일 내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쿠팡과 USTR을 둘러싼 미국 내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를 소환해 7시간에 걸쳐 쿠팡 관련 한국 정부의 차별적 법집행 여부를 조사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일 공개한 ‘2026 무역정책 어젠다 및 2025년 연례 보고서’를 통해 올해 ‘미국 우선 무역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 선언했다. USTR은 그간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등을 꾸준히 문제 삼아 왔다. 3일 캐롤 밀러 등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들도 우리 정부가 미국 클라우드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는 USTR 조사 대상이 되지 않도록 막판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조사 결과 쿠팡 개인정보 유출 건수가 3000만 건 이상으로 중대한 문제라는 점을 미국 정치권에 설명하고, 쿠팡 관련 조사는 국내법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는 입장을 전달하는 등 사태 관리에 나섰다. ‘디지털 비관세 장벽’ 관련 완화책도 내놨다. 최근 정부는 구글이 2007년부터 요구했던 1대 5000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용했다. 구글 지도 반출 문제는 미 통상 당국이 한국의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꾸준히 비판했던 사안으로, 조사 개시를 앞둔 전략적 양보라는 평가다.
정부가 미 정치권의 ‘미국 기업 차별’ 주장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를 새로운 관세 부과 근거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쿠팡 사태’가 301조 적용의 빌미로 작용하는 것을 차단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하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미국 무역법 301조는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자국 상거래가 침해될 경우 보복 관세 부과 등 광범위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세율 상한과 부과 기간, 관세를 적용하는 산업 분야 등에 제한이 없어 미국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통상 압박 카드로 꼽힌다. 최근 미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해당 301조를 관세 부과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정보유출 사태가 한미 통상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쿠팡도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쿠팡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미국 기업이지만, 매출의 90% 이상이 한국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팡 사태’가 도화선이 돼 한국이 불리한 관세율을 적용받게 된다면, 국내에서 거센 비판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탈팡’ 여론의 파급력이 드러난 만큼, 사태 진화에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다.
앞서 로버트 포터 쿠팡Inc 글로벌 대외협력 최고책임자는 지난달 23일 미 하원 법사위 증언청취 이후 “(쿠팡 사태가) 미 하원 의견청취로 이어진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쿠팡이) 미국과 대한민국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도 지난달 26일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 콜에서 “지난해 발생한 데이터 사고로 인해 걱정과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한다”면서 첫 육성 사과를 전했다. 김 의장은 이어 “쿠팡은 고객 신뢰를 얻기 위해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 쿠팡이 더 잘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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