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테슬라의 대규모 가격 인하 공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 잠식 우려가 제기됐지만 국산 브랜드가 한층 강력한 가격 정책과 대대적인 판매 확대 전략으로 맞대응하며 주도권 탈환에 성공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파격적인 할인과 공격적인 신차 투입을 병행하자 관망세였던 소비 수요가 빠르게 실구매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를 중심으로 전기차 판매가 큰 폭으로 늘어나며 국내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2월 수입 승용차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브랜드는 7868대를 기록한 테슬라로 나타났다. 이어 BMW가 6313대로 2위를 차지했고, 메르세데스-벤츠(5322대), 렉서스(1113대), 볼보(1095대)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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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V5 WAV./사진=기아 제공 |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는 현대차·기아의 판매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기아는 지난달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국산차와 수입차를 통틀어 판매 1위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은 1만4488대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순수 전기차 판매가 월 1만 대를 넘어선 것은 국내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처음이다.
현대차 역시 전기차 판매가 크게 늘었다. 현대차의 지난달 전기차 판매량은 9956대로 월간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양사의 합산 전기차 판매량은 2만444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4% 급증했다.
차종별로 보면 기아의 전기 목적기반차(PBV) PV5가 3967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EV3가 3469대, 현대차 아이오닉5가 3227대로 뒤를 이었다.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이 시장에 공급되면서 판매 확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기아는 테슬라의 가격 인하 공세에 대응해 연초부터 적극적인 할인 정책과 신차 투입 전략을 펼쳐 왔다. 기아는 지난 1월 말 EV5 롱레인지 가격을 280만 원, EV6를 300만 원 낮추며 구매 진입 장벽을 낮췄다. 현대차도 아이오닉5·아이오닉6·코나 일렉트릭 등을 대상으로 할부 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최대 610만 원 규모의 구매 혜택을 제공했다.
라인업의 다변화도 판매 확대의 핵심 동력이 됐다. 기아는 지난 1월 PV5의 교통 약자용 모델인 WAV와 소상공인용 오픈베드 등 신규 라인업의 계약을 개시했으며, EV3·EV4·EV5의 고성능 GT 라인업과 연식변경 모델을 동시에 선보였다. 여기에 예년보다 이른 1월 초부터 발표된 정부의 보조금 지침이 구매 결정을 앞당기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분간 내수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이 성장 초기 단계를 지나며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구매 비용이 여전히 소비자에게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가격 정책이 수요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초기 수용 단계를 지나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이제는 주행거리나 성능 못지않게 초기 구매 비용이 소비자의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됐다"며 "가격 전략에 따라 시장 점유율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는 시점인 만큼 유연한 가격 방어 체계를 갖춘 현대차와 기아가 당분간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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