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주년 맞은 '품질 경영'...전 사업부 초격차 가속
'타협 없는 품질' DNA로 글로벌 시장 주도권 수성
[미디어펜=조우현 기자]1995년 3월 9일, 경북 구미공장 운동장에는 당시 시가 500억 원에 달하는 무선전화기 15만 대가 쌓였다. 11.8%라는 기록적인 불량률에 격노한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내린 ‘전량 회수 및 폐기’ 명령의 결과였다. 

직원이 휘두른 해머에 제품이 박살나고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던 ‘애니콜 화형식’은 삼성 경영사에 있어 ‘양’의 시대를 종언하고 ‘질’의 시대를 연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그로부터 31년이 흐른 지금, ‘품질 경영’은 삼성을 근간을 이루는 DNA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타협 없는 집념은 이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기술 초격차’라는 더 높은 목표로 진화하고 있다.

   
▲ 1995년 3월 9일, 경북 구미공장 운동장에는 당시 시가 500억 원에 달하는 무선전화기 15만 대가 쌓였다. 11.8%라는 기록적인 불량률에 격노한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내린 ‘전량 회수 및 폐기’ 명령의 결과였다. 사진은 당시 무선전화기 화형식 장면.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은 올해가 이재용 회장이 선언한 '뉴삼성'의 본격적인 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이 사법리스크 없이 맞이한 해로, 삼성의 수장 교체와 함께 반도체 사이클이 호황으로 돌아서며 새롭게 태어날 분기점을 맞았다. 특히 바이오, AI 등 신성장 부문 역시 올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 이건희 회장의 '애니콜 화형식' 이후 31년 만에 완전한 탈바꿈을 준비 중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양산을 시작한 삼성의 HBM4는 동작 속도 11.7Gbps, 대역폭 3.3TB/s를 구현하며 전력 효율을 전 세대 대비 40% 개선했다. 이는 업계 표준 46%를 상회하는 결과로, ‘완벽하지 않으면 내놓지 않겠다’던 화형식의 정신이 첨단 공정에서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는 이재용 회장의 기술 중시 경영이 첨단 공정에서도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파운드리 부문 역시 2나노(nm) 공정 수주 목표를 전년 대비 130% 이상 확대하며 품질 중심의 신뢰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스플레이 부문에서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삼성은 4조1000억 원 규모의 8.6세대 IT용 OLED 투자를 통해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또 초대형·초고화질 TV 시장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마이크로 LED 기술의 수율 개선과 원가 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품질 경영의 의지는 가전 부문에서도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가전의 핵심 부품인 ‘디지털 인버터 컴프레서와 모터’에 대해 무상 수리 20년 보증을 실시하며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는 한 번 사면 오래 쓰는 가전의 본질에 집중해 고객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화형식의 ‘직계 후예’인 스마트폰 부문 역시 ‘품질의 삼성’이라는 명성을 잇고 있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 S26 시리즈는 온디바이스 AI 성능을 전작 대비 35% 이상 끌어올리며, 실시간 통번역과 사진 편집 등 실무 최적화 기능을 고도화했다. 

또 폴더블폰 시장에서는 외부 충격을 분산하는 구조 설계와 업계 최고 수준의 방수·방진 등급을 유지하며, ‘하드웨어 완성도’와 ‘소프트웨어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제조를 넘어 사용자 경험의 모든 과정에서 타협하지 않는 품질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직면한 도전들을 돌파할 핵심 열쇠로 ‘화형식의 마음가짐’을 꼽고 있다. 1995년의 화형식이 애니콜을 세계 1위로 만든 기폭제였듯, 2026년의 삼성이 마주한 과제들 역시 타협하지 않는 품질 경영으로 완수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31년 전 오늘, 500억 원을 불태워 ‘품질의 가치’를 샀던 삼성의 결단은 오늘날의 삼성을 지탱하는 뿌리가 됐다”며 “기술 패러다임이 격변할수록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그날의 교훈은 삼성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