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이 일본의 승리를 응원했다. 대만은 한국의 승리를 응원하고 있다. 202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C조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풍경이다. 적으로 싸운 상대를 응원해야 하는 아이러니는 '8강 경우의 수' 때문이다.

8일 저녁 일본과 호주의 경기가 열렸을 때 한국은 일본이 이기기를 응원했다. 객관적 전력상 우승후보 일본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으나, 경기는 예상을 벗어난 흐름을 보였다. 

5회까지는 0-0으로 팽팽히 맞서다 호주가 6회초 선취점을 내 1-0으로 앞섰다. 역시 일본은 저력이 있었다. 7회말 2점을 뽑아 역전했고 8회말 2점을 보태 승리를 굳혔다. 9회초 호주가 솔로 홈런 두방으로 3-4, 턱맡까지 쫓아갔으나 일본이 힘겹게나마 한 점 차로 이겼다.

이 경기를 지켜보며 한국이 일본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바로 이날 낮 한국이 대만전에서 연장전 끝에 4-5로 졌기 때문이다.

   
▲ 9일 저녁 열리는 한국-호주전 결과에 따라 한국, 호주, 대만 세 팀 중 한 팀이 8강 진출 티켓을 획득한다. 한국은 전날 일본-호주전에서는 8강 가능성을 이어가기 위해 일본의 승리를 응원해야 했다. /사진=KBO, WBC 공식 SNS


일본-호주전이 열리기 전까지 상황은 한국이 1승 2패를 기록했고, 대만은 2승 2패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나란히 2연승을 기록 중이던 일본-호주전에서 호주가 이길 경우 3승째를 올려 8강 진출 확정이다. 일본은 이미 8강 진출이 확정된 상태였다. 일본이 호주에 지고 체코와 최종 4차전에서도 패하면(그럴 확률은 지극히 낮지만) 2승 2패로 대만, 한국과 동률이 된다. 그럴 경우 일본이 한국, 대만을 모두 이겨뒀기 때문에 상대 전적에서 앞서 조 2위는 할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일단 일본이 호주를 꺾어줘야 8강 진출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고, 일본이 결국 호주에 이겼다.

9일 오후 7시 열리는 한국-호주전. 당연히 한국은 무조건 호주를 꺾어야 2승 2패로 동률을 이루고 '경우의 수'를 따져 8강행을 바라볼 수 있다. 대만 역시 마찬가지다. 호주가 이기면 싱황 끝이기 때문에 한국이 이겨줘야 하고, 스코어를 따져 8강 진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이 호주를 이기면 한국, 호주, 대만 세 팀이 나란히 2승 2패 동률이 된다. 세 팀 동률시에는 세 팀간 승자승-최소 실점-최소 자책점-타율-추첨 순으로 순위를 가리게 된다. 세 팀은 서로 물고 물렸기 때문에 승자승은 의미가 없다. 세 팀간 실점률을 따져 순위를 가리게 된다.

꽤 복잡한 산수다. 한국의 경우에는 호주를 상대로 5점 차 이상으로 이기돼 실점은 2점 이내로 막아야 8강에 오를 수 있다. 5-0, 6-1 승리면 한국이 8강으로 간다. 물론 6-0 이상, 7-1 이상 더 큰 점수 차로 이겨도 된다. 7-2로 이겨도 한국이 8강 티켓을 손에 넣지만 7-3이면 안된다. 호주에 3실점 이상 하는 순간 한국의 탈락 확정이다.

한국이 이기더라도 한국이 8점 이상 내고, 호주가 3점 이상 내면 대만이 8강행 티켓을 가져간다. 즉 대만은 한국의 승리를 응원하면서도 두 팀 모두 대량득점 하기를 바라야 한다.

이렇게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묘한 상황은 모두 한국이 대만에 패하면서 자초한 일이다. 한국이 대만전에서 이겼다면 대만의 탈락은 확정되고, 한국-호주 맞대결 승리 팀이 8강에 오르는 것으로 깔끔하게 정리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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