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카드 결제, VIP 실적 인정률 50% 하향
고객 데이터 주권 확보·수수료 절감 포석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현대백화점이 올해부터 VIP 멤버십 산정 기준을 강화하며 타사 카드 결제 실적 인정 비율을 기존 100%에서 50%로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자사 카드 중심으로 결제 구조를 재편해 고객 데이터를 내재화하고 수수료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전경./사진=현대백화점 제공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올해 VIP(자스민·세이지 등) 선정을 위한 구매 실적 산정 시, 현대백화점 카드나 현금을 제외한 타사 카드 및 상품권 결제분의 인정 비율을 기존 100%에서 50%로 하향했다. 특히 그동안 고액 결제 시 요긴하게 쓰였던 현금 입금 결제 서비스 마저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VIP가 되기 위한 장벽은 높아졌다. 아울렛 역시 타사 카드 결제 실적 인정 비율을 기존 50%에서 0%로 조정했다.

기존까지 아울렛을 제외한 백화점 내에선 어떤 카드를 쓰든 포인트만 적립하면 전액 실적으로 인정됐으나, 이제는 타사 카드로 1억 원을 결제해도 VIP 산정 실적에는 5000만 원만 반영된다. 사실상 현대백화점 카드를 발급하지 않은 고객은 VIP 대열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생태계가 구축된 셈이다. 

현대백화점이 이 같은 강수를 둔 배경에는 '고객 데이터 주권 확보'와 '수수료 절감'이라는 전략이 깔려있다. 우선 타사 카드로 결제할 경우 백화점은 고객의 지출 금액 등 단편적인 정보만 알 수 있을 뿐 세부적인 소비 취향이나 구매 주기 같은 핵심 데이터는 카드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반면 자사 카드를 이용하면 결제 전 과정의 데이터를 백화점이 직접 관리할 수 있어, 이를 기반으로 초개인화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비용 구조 개선 측면에서도 자사 카드 유도는 필수적이다. 타사 카드 결제 시 발생하는 막대한 가맹점 수수료를 내부화해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결제 단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금융 수익을 백화점이 직접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결제 수단까지 자사가 관리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고객을 묶어두는 락인 효과를 완성하겠다는 포석이다. 

아울러 편법 실적 쌓기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그동안 백화점 커뮤니티 등에서는 사설 시장에서 저렴하게 매입한 상품권으로 결제하거나, 본인 카드가 아닌 지인의 결제 금액에 포인트만 적립해 VIP 등급을 얻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에 백화점 측은 결제 수단을 자사 카드로 한정해 결제자와 혜택 수혜자를 일치시켜 가짜 VIP를 걸러내고 진성 고객에게 혜택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 카드 사용을 확대하는 기준은 라운지 서비스 질 저하가 이어지고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백화점 금융 생태계에 완전히 편입된 진성 고객에게만 혜택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더현대 YP클럽라운지./사진=김견희 기자


◆ VIP 자사 카드 우선주의 확산...낮은 한도는 숙제 

문제는 VIP 자사 카드 우선주의 전략과 금융 인프라 사이의 괴리다. 현대백화점 카드는 일반 은행계 카드와 달리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한도를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소비를 통해 VIP가 될 수 있는데, 카드 한도가 이에 못 미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고객들 사이에서도 고액 제품 결제 시 한도가 부족해 매번 고객센터에 증액 전화를 걸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유통사 한계인 보수적인 신용 한도 설정이 진성 고객 우선주의 전략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 카드 우선주의 전략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제휴 카드 결제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수수료 절감과 고객 데이터 주권 확보로 얻는 득이 실보다 크기 때문이다. 물건 판매를 넘어 결제망까지 장악해 유통과 금융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고 고객 락인 효과도 누리겠다는 의도도 있다. 

반면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톱 3사 중 유일하게 결제 수단과 관계 없이 포인트 적립 100%를 실적에 반영해주는 범용성을 무기로 타사 고객 흡수에 나서고 있다. VIP 문턱을 높이기보다 타사 카드 사용 고객까지 수용해 전체 매출 확대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큰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지갑이 두꺼운 고객이 최고였다면, 이제는 금융 인프라까지 이용하는 진성 고객을 선별하는 시대"라며 "다만 카드 한도 문제를 얼마나 유연하게 풀어가느냐가 이번 멤버십 개편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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