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관광산업 등 내수경제 직격탄
철강·조선 등 주력산업 세계경기 여파 흔들
삼성발 빅딜, 성장사업 재편 재계 판도 변화
롯데가 형제의 난 격화, 재벌개혁 큰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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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발생한 메르스 사태는 대외적으로는 국가 신뢰도 하락에 따른 외국인 직접투자 위축과 한국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으로 수출에 악영향을 끼쳤다. 대내적으로는 질병에 대한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관광산업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둔화를 야기해 내수 부진을 심화시켰다. 사진은 지난 여름 마스크를 쓴채 인천공항을 찾은 한 외국인 관광객. / 연합뉴스 |
[미디어펜=김세헌기자] 2015년은 국내외에서 돌출한 여러 악재로 우리나라 경제에는 힘든 한 해로 회자된다. 안으로는 메르스라는 복병이 나타나 내수경제에 타격을 줬다. 밖으로는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둔화 영향이 본격화돼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발목을 잡혔다.
지난 6월 메르스 사태가 경기에 미친 영향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보다도 더 컸다. 메르스에 직접 노출된 사람들 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메르스로 인해 움츠러들며 우리 경제는 내수 위축이라는 또 다른 타격을 받았다. 메르스 공포로 국내 관광 산업은 무려 2조6500억~3조4000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상황이 심상치 않자 내수 활성화 명분으로 11조6000억원의 '메르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메르스로 국내 관광 산업이 벼랑 끝에 내몰리자, 정부와 대기업들은 '국내에서 휴가 보내기' 운동을 벌이기도 해 주목을 받았다.
위기의 조선·철강 '구조조정'의 계절
올해는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서 전통 주력 산업은 고전했고, 조선과 자동차 등 위기에 빠진 산업은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은 해로 기억된다.
조선을 비롯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수출 주력 품목들이 일제히 부진에 빠지면서 우리나라 전체의 교역 상황도 급격하게 나빠졌다. 저유가 등으로 수입도 나란히 줄어들면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교역 1조달러 클럽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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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업계는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대규모 적자를 낸 이후 일련의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내년 선박과 해양플랜트 수주도 수익성을 최우선 고려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전경. / 미디어펜 자료사진 |
특히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올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가 조단위 적자를 기록하는 등 전례를 찾기 힘들만큼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선박 수주가 줄어든 데다 해양플랜트의 납기 지연으로 적자를 기록한 조선업계는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혹독한 인적 쇄신을 단행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해양플랜트 납기지연 등으로 천문학적 손실을 본 조선 '빅3'는 수익성을 우선시 하는 내실 경영으로 영업전략을 구사해 내년에는 흑자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다.
성숙과 퇴행, 기로에 서다
생존이 점점 어려워지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올해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변신을 시도하며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비주력 사업을 마냥 안고 과거와 같은 선단식 경영을 지속했다가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우선 삼성그룹은 지난해 말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비롯해 방산·화학부문 4개 계열사를 1조9000여억원에 한화그룹으로 매각했다. 이후 지난 10월 말엔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나머지 화학계열사를 롯데그룹에 매각하는 '제2의 빅딜'을 단행했다.
한화그룹으로 넘어간 삼성종합화학이나 롯데그룹에 매각된 삼성정밀화학 등이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대부분 회사들은 흑자 계열사라는 점에서 삼성의 선제적 사업재편이 재계에 던지는 충격은 상당했다.
삼성그룹의 사업재편은 급속도로 진행됐다. 지난 9월엔 옛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이 합병한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삼성물산이 상사와 건설 등 기존 사업에서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자 미래 성장을 위해 제일모직과의 결합을 추진한 것이다.
통합 삼성물산은 패션과 식음, 건설, 레저는 물론 바이오사업에 이르기까지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 갖추고 미래 성장을 이끌어낸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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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과 한화의 빅딜은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까지 단연 산업계의 빅 이슈였다. 대규모 장치산업에서 인력 7000여명이 오가고 4개사 매각·인수 가액만 1조9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거래였다. 재벌그룹 간에 이같은 규모의 빅딜이 이뤄진 것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이후 17년 만에 처음 있는 '대사건'이었다. 더욱이 정부 주도가 아니라 민간기업이 스스로 빅딜 합의에 이른 건 초유의 일로 회자된다. / 미디어펜 자료사진 |
체질개선으로 돌파구 찾다
삼성그룹발 빅딜은 삼성 뿐만 아니라 전체 재계 지도에 변화를 불러오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모태인 방위산업 부문에서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 매출 규모가 2조6000억원대로 불어나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한화그룹의 석유화학 부문도 종합화학과 토탈의 가세로 매출 규모가 19조원으로 커져 국내 석유화학 시장 정상을 놓고 다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한화그룹 전체적으로는 자산 규모가 37조9500억원에서 50조5700억원으로 증가했고 재계순위도 10위에서 9위로 상승했다.
삼성으로부터 나머지 화학사업을 물려받게 된 롯데그룹도 마찬가지다. 롯데는 비단 이번 삼성과의 빅딜 외에도 인수·합병(M&A) 시장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집단으로 꼽힌다.
SK그룹도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에 열을 올린 한해였다. 지난 2007년 4대 그룹 중 LG에 이어 두 번째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SK그룹는 지난 6월 '옥상옥' 구조로 비판받던 SK C&C를 지주회사인 SK㈜와 합병시켜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배구조 개편은 물론 SK㈜의 자금력과 SK C&C의 글로벌 사업기회를 합쳐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SK는 또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SK텔레콤을 통해 CJ그룹으로부터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한편 양측의 핵심 역량인 콘텐츠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고름은 살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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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재벌가에서 '형제의 난'이 또 터졌다. 이번에는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신동주-동빈 형제의 격돌은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의 승리로 끝난 것처럼 보인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재벌가의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은 우리 대기업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지적이다. / 연합뉴스 |
올해는 재계순위 5위의 '유통 공룡' 롯데가 경영권 분쟁에 따른 후폭풍으로 큰 몸살을 앓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반란'은 실패했지만, 이후 소송전으로 비화하면서 끝난 줄 알았던 경영권 분쟁의 여진이 5개월 넘게 계속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의 와중에 반 롯데 정서까지 일면서 롯데는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권을 잃는 등 아픔을 겼었다. 신동빈 회장이 그룹 개혁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에도 면세점 탈락은 어느 정도 파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록 면세점 입찰에선 고배를 마셨지만 '신동빈 원톱' 이후 롯데그룹은 그야말로 거대한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신동빈 회장은 기업문화 개혁과 인수·합병(M&A), 양국 롯데의 시너지를 추구하면서 분쟁 국면 탈피를 적극 시도했다.
신동빈 회장은 비상장 계열사의 상장을 적극 추진해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유통 분야에서의 책임경영, 중소기업과의 상생, 민주적 기업 내부 문화 정착에도 앞장서고 있다. 10월말엔 삼성 화학계열 3사를 전격 인수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그룹의 주력을 유통과 화학으로 재정비하는데 힘을 쏟았다.
신동빈 회장은 연말 신격호 총괄회장처럼 한일롯데를 '셔틀 경영'하면서 '원톱'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고, 베트남 등 해외사업 개척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