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내외 경제환경 불확실…미래 성장동력 발굴 한목소리

[미디어펜=김세헌기자] 국내 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은 4일 신년사 등을 통해 올해를 생존을 위한 혁신의 해로 규정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해 재도약의 원년으로 만들자고 주문했다.

이들 기업 수장은 중국의 경기둔화와 저유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 시장의 불안 등 대외적 환경의 악화와 가계 부채 증가, 소비 심리 위축 등 국내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해 일제히 언급했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그러면서 철저한 역량 분석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 과감한 투자와 사업재편, 미래 먹거리 발굴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우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새해 글로벌 판매 목표를 813만대로 제시했다. 지난해 목표였던 820만대보다 7만대 줄어든 수치이지만 판매실적 대비 12만대 많은 수준이다.

정 회장은 이날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임직원들에게 "최근 세계 경제는 중국의 경기 둔화와 저유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 시장의 불안 등으로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같은 새해 판매 목표를 밝혔다.

이어 "올해 자동차 산업은 기존 메이커 간의 경쟁 심화와 함께 자동차의 전자화에 따른 산업 구조적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높아진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그룹의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미래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어려운 경영환경이 상당기간 지속하는 가운데 산업의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며 근본적이고 선제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구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새해 인사모임에서 신년사를 통해 사업구조 고도화, 사업방식의 혁신, 철저한 실행을 통한 실질적인 변화 등 세 가지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해 경영성과에 대해 "일부 미래 사업에서 가능성을 보였지만 시장을 확실하게 선도하는 사업은 많지 않았고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절실히 원하는 시장선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자, 화학 등 우리 주력산업이 신흥국의 도전을 받으면서 산업 구조상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고 혁신기업들은 이전과 다른 사업 방식으로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며 "자칫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성장은 고사하고 살아남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구 회장은 그러면서 "역량을 철저히 분석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며 "자동차 부품과 신에너지 분야처럼 성장의 가능성을 봤다면 자원을 집중해 과감히 치고 나가 남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과 이상운 효성그룹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금은 숲보다 나무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작은 구멍 하나에 거대한 배도 침몰할 수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발표한 신년사에서 "올해도 세계경제는 불안이 가중되며 어렵고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라며 "모두 긴장감을 높이고 환율, 금리, 유가와 같은 대외 변동성을 예의주시하며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올해 한화그룹을 '혁신과 내실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기반 구축의 해'로 삼아 '일류 경쟁력 강화'에 모든 에너지를 결집시키겠다며 "그룹의 '핵심사업 경쟁력'을 글로벌 리더 수준으로 끊임없이 격상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산·유화부문은 규모의 경쟁력을 넘어 실질적 시너지 확대에 주력할 것을 주문했다. 태양광 부문은 글로벌 녹색성장을 주도하는 초일류 기업을 목표로 도전하고 해외 시장에서 미래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금융 부문도 글로벌 경영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부재 중인 가운데 그룹 경영을 맡고 있는 이상운 부회장은 "저유가·저금리·원저의 신3저 위기를 극복하고 '백년기업 효성'을 향한 성장 기회를 삼기 위해서는 책임경영의 실천을 바탕으로 변화와 혁신을 적극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날 발표한 신년사에서 "시장조사를 철저히 하고 고부가가치 제품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만족을 모든 경영활동의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며 경영효율 극대화, 글로벌 역량 강화, 신뢰의 기업문화, 지속가능 경영체제 확립 등을 주문했다.

이어 "그동안 여러 사업분야에서 글로벌 영역을 확장해 왔지만 경영역량은 아직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모든 사업은 글로벌 시장과 고객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글로벌 경쟁자들과 상대해야 한다는 경영마인드와 이에 맞는 전략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또 "사회 일원으로서 경제적 기여는 물론 사회적 가치를 향상시키는 데 매진하는 것은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법과 규정을 잘 지켜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고객, 협력사와 동반성장에 힘써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