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여행에 쓴 돈이 사상 처음으로 2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9일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를 보면 작년 11월 한 달간의 일반여행 지출은 17억5290만 달러로 전년 동월(14억5360만 달러)보다 20.6% 증가했다. 국제수지에서 일반여행은 유학·연수를 제외한 해외 여행이나 출장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작년 1∼11월 일반여행 지출액은 193억507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9.2% 늘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2월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연말에 해외여행객이 평소보다 많기 때문에 연간 기준으로 따지면 200억 달러를 최초로 넘어선 것이 확실시된다. 200억 달러는 작년 원·달러 평균(종가기준) 환율(1132원)로 계산하면 22조원 규모다.
우리나라 국민의 일반여행 지출액은 2007년 169억 달러까지 올랐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145억 달러로 떨어진 뒤 2009년에는 110억 달러까지 내려갔다. 2010년 142억 달러로 반등했고 2011년 155억 달러, 2012년 164억 달러, 2013년 173억 달러, 2014년 194억 달러로 늘었다.
해외여행을 즐기는 국민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작년 11월 해외여행객은 162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6.2%나 증가했다.
방문국가를 보면 일본이 35만9800명으로 50.5% 늘었고 태국(36.6%), 베트남(29.0%), 뉴질랜드(26.1%), 대만(22.6%) 등 근거리 지역의 증가 폭도 컸다. 지난해 1∼11월 해외로 나간 국민은 1752만8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6% 증가했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내수 부문은 위축됐지만 해외여행업은 활황을 누린 것이다. 온라인으로 호텔 및 항공권 예약이 쉬워지고 저가항공사의 운항노선 확대로 외국여행이 편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외여행객의 1인당 지출액은 작년 1∼11월 평균 1104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7% 줄었다.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지출이 늘어난 것과는 달리 지난해 외국인이 국내에서 지출한 규모는 줄었다.
작년 11월 국제수지의 일반여행 수입은 12억6070만 달러로 전년 동기(17억3750만 달러) 대비 27.4% 감소했다.
메르스 사태의 영향이 컸던 작년 6월 이후 6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작년 1∼11월 일반여행 수입은 138억6110만 달러로 전년 동기(160억7820만 달러)와 비교해 13.8% 줄었다. 이에 따라 관광수지 적자는 크게 불었다. 작년 1∼11월 적자액이 54억8960만 달러로 2014년 연간 적자액(17억5810만 달러)의 3배를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