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도행진에 대형주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2일부터 이날까지 4조378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지난 6일 한국항공우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인한 순매수를 제외하면 사실상 26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6월 9일~7월 23일(33일 순매도)과 작년 8월 5일~9월 15일(29일 순매도)에 이은 최장 순매도 기간이다.
지난달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시작된 이번 순매도 행진은 연초 재부각된 중국 경기 둔화 및 신흥국 불안으로 재차 강도가 거세진 모습이다. 연말 수십억~수백억원대 수준으로 줄었던 하루 매도 규모는 이번 달 들어 다시 수천억원대로 늘어났다.
특히 위안화의 가파른 절하에 영향을 받아 원·달러 환율이 5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으며 외국인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는 한층 더 확대되는 모양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11.7원 급등한 1209.8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10년 7월19일(1215.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하루만 외국인은 환차손 우려 등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빼내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외국인들의 매도가 장기화하며 대형주들도 연일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들의 이번 순매도 기간에 유가증권시장 대형주 지수는 7.31% 떨어져 중형주(-1.96%)와 소형주(-5.76%)보다 더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외국인들이 이 기간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삼성전자로, 모두 1조6939억원어치가 순매도됐다. 삼성전자 우선주도 5587억원어치 순매도됐다.
그다음으로 포스코(3195억원), 삼성화재(1803억원), 현대차(1752억원), 호텔신라(1598억원), 삼성생명(1527억원), 현대모비스(1406억원) 등이 순매도 상위 종목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지난 8일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대형주 실적에 대한 우려감도 커진 상황이다.
김정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상승 동력을 잃어버린 모습"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중소형주와 제약·바이오, 음식료 및 유통주 등 내수관련주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