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한때 높은 수익률로 인기를 끌던 주가연계증권(ELS)이 금융투자업계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ELS 기초자산으로 많이 쓰이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가 중국 증시에 동조화되며 급락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이 ELS 가입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이 출시한 ELS의 모집 금액이 당초 기대치에 크게 못 미쳐 발행이 취소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증권은 지난 15일 '현대 able ELS 1303호'와 '현대 able ELS 1304호'를 각각 50억원씩 발행하려고 투자자를 모았지만 투자금이 각각 목표액의 0.24%, 1.16%밖에 모이지 않자 발행 계획을 취소했다. 19일 발행되려던 '대신증권 밸런스 다이렉트 ELS 41호'도 40억원을 목표로 투자자를 모았으나 단 한 건도 청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이 발행하려던 '미래에셋 ELS 8525호'도 같은 이유로 발행 계획이 취소됐다.
업계에서는 발행 잔액이 64조원에 달하는 ELS의 원금 손실 공포가 이제 막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ELS의 발행 열기가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최근 원금 손실 사태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 의 잔액은 37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9일 종가를 기준으로 H지수 기초 ELS(공모형·원금비보장형) 중 원금 손실 구간(녹인배리어·Knock-in barrier)에 진입한 상품은 모두 281개다. 발행 금액 기준으로 이들 상품의 규모는 3526억원어치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일부 증권사들은 목표 수익률을 낮추는 대신 안정성을 보강한 상품들을 내놓으면서 변화된 시장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녹인배리어가 35%까지 내려간 연 목표 수익률 4.40%짜리 3년 만기 ELS 상품을 내놓았다. 달리 말해 기초자산이 되는 주가지수가 가입 때의 35% 미만으로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지지만 않으면 연 4%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KDB대우증권도 녹인배리어가 37%인 ELS를 내놓으면서 안정성 위주의 ELS 발행 흐름에 동참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ELS의 목표 연 수익률은 6∼8%, 녹인배리어는 50∼60%대의 상품이 많았지만 상품 설계가 한층 보수적으로 변한 셈이다.
그럼에도 올해 세계 증시의 변동성이 클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이 득세하는 가운데 잇따르는 원금 손실 사태로 'ELS 전성기'는 이제 저물 것이라는 관측도 서서히 고개를 든다.
ELS는 한동안 저금리 시대를 극복할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포장돼 소비자들에게 팔려나갔지만 원금 손실 사태가 현실화하면서 판매한 증권사는 위험이 제한되는 반면 투자자는 너무 큰 위험에 노출되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