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마련도 못했는데 금융규제 이중고”
[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정부의 가계부채 완화를 위한 대출규제 강화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내집마련의 꿈을 평생의 희망으로 안고 온 서민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6일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시행되는 대출규제 강화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상환(원리금균등상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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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철 급냉한 주택시장이 금융권 담보대출규제 강화로 거래량이 줄고 집값도 하락, 엎친데 덮친 격이다. 게다가 중도금담보대출 심사도 감화 중이어서 분양시장이 비상이다. 매매와 분양 등 주택시장의 냉각은 소비심리위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미디어펜DB |
대출규제 강화 이전에는 거치기간(원금을 갚지 않고 매달 이자만 납부하는 기간)을 적용해 매달 나가는 월 이자에 대한 부담이 덜했지만 다음달부터는 원금을 함께 상환해야하기 때문에 서민들의 부담이 막중하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로 5년 거치 기준 1억원을 대출받았다면 연 3.1%의 이자율을 적용했을 경우 28만원만 납부하면 됐다. 그러나 원리금균등상환의 조건으로 대출받는다면 월 납부액은 195만원으로 7배가량 늘어난다.
대출규제 강화 시행 전까지 일주일 간 거치식 주택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이 마저도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대출규제 강화로 인해 주택 시장이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심리가 강해 매매가 역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를 뒷받침하는 각종 지표들이 주택 수요자들의 심리를 반증하고 있다. 최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4주째 보합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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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내집 마련의 꿈을 안고 살아온 서민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집단대출의 경우 해당사항은 없지만 시장상황 등에 따라 마찬가지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서민들의 설 곳이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자료=한국주택협회 |
거래량도 대폭 감소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서울에서 총 4143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하루 평균 188.3건으로 이는 전달보다 29% 줄어든 수치다.
재건축‧재개발 이슈를 몰고 다니는 서울 강남3구의 시세도 심상찮다. 최근 부동산114가 조사한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 결과에 따르면 5주 연속 평균 0%를 기록했다.
특히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와 방배동 방배래미안타워의 경우 최대 4500만원이 떨어졌다. 강남구에서는 대치동 은마·개포동 대치아파트 등이 500만~2500만원 내렸다.
강남의 경우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내린 매물이 나오면 빠르게 구매자가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지만 여전히 수요자들은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포동 인근 N부동산 대표는 “대출강화와 함께 올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이 다소 어두울 것이라는 소식에 수요자들이 위축돼 있다”며 “현재 나와있는 매물의 경우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매물이 나와도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집단대출은 이번 대출규제 강화에 해당사항이 없지만 시장의 상황에 따라 금융권이나 정부기관 산하에서 자체적인 심사를 통해 깐깐한 심사를 받아야할 수도 있다. 서민들의 설 곳이 더욱 좁아지는 것이다.
실제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단 대출 보증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줄이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24일 전해졌다. 이에 대해 HUG는 “중도금보증대출과 관련해 어떠한 결정도 내려진 게 없다”고 해명했지만 상황에 따라 집단대출에 대한 심사 강화를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과잉공급을 우려해 집단대출 등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지난해 10월 이후 회원건설사의 집단대출 거부 및 보류 규모는 약 2조1000억원으로 주택공급에 선두주자인 건설사의 막중한 피해는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B건설업계 관계자 역시 “가계부채를 완화하고자 당장 서민들의 삶의 터전인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는 옳지 못하다”며 “금융권을 통한 대출규제 강화는 내집 마련은커녕 서민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