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중국증시가 또다시 무너지고 있다.
전일 상하이종합지수는 6.42% 하락한 2749.79로 장을 마쳤다. 이는 작년 6월 12일 고점 대비 47%가량 폭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10조 달러에서 5조6000억 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유가 급락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맞물리면서 중국의 주가 폭락세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중국 증시가 재차 급락하면서 상하이종합지수는 2014년 12월 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2014년 11월부터 시작된 총 여섯 차례의 금리 인하 조처에도 중국 경기 둔화 우려는 가시지 않는 셈이다.
전날 중국 증시 폭락은 투자심리가 취약한 시장에 유가 폭락이 불을 지피면서 나타났다.
지난 2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WTI) 가격은 전장보다 5.8% 급락한 배럴당 30.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가격은 다음 날 아시아 시장에서 추가 하락해 배럴당 30달러를 내줬다. 브렌트유도 6% 이상 재차 급락해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최근 급반등했던 국제유가가 변동성을 확대하면서 투자 심리가 극도로 악화했다.
이용철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반등하다 재차 급락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부추겼다"라며 "이 때문에 투자 심리가 급냉각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증시의 낙폭 확대에는 수급문제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신용거래 잔고는 지난 22일까지 16거래일 연속 줄어 2090억 위안가량 감소했다. 신용거래 잔고가 줄어든 기간으로는 역대 최장이다.
성연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주가 많이 빠졌다"면서 "신용거래 반대매매가 나오면서 낙폭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6∼8월 신용거래가 축소되며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며, 9∼10월 주가 반등과 함께 늘어난 신용거래 물량이 올해 1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증권 위탁매매업체 헝타이선물의 창 청웨이 애널리스트도 신규 자금이 거의 유입되지 않으면서 거래량이 매우 적어진 가운데 차입축소 과정이 계속되며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자본유출 우려가 가시지 않는 점도 주가 하락의 빌미가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작년 중국에서 유출된 자본은 사상 최대인 1조 달러로 추산됐다. 중국에서의 자본유출액은 전년의 1343억 달러에 비해 7.4배로 뛰었다.
중국 증시가 또다시 폭락하면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용철 연구원은 "이미 지지선이었던 작년 8월 저점 2,850이 깨져 앞으로 상황은 불투명하다"면서도 "주가가 안정되기까지 지수가 2,600~2,7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 증시가 이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말까지 주가가 30%가량 하락한 2600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고, 보콤 인터내셔널의 홍 하오 전략가는 올해 연말 주가가 2500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리오리엔트의 스티븐 왕은 "사람들이 지지선을 2500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고, 방콕에 소재한 차트 파트너스 그룹의 토머스 슈로더 이사는 지수가 2400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열어두라고 말했다. 이는 상하이종합지수가 26일 대비 12.7% 추가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골드만삭스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의 하 지밍 부회장은 CNBC에 출연해 "펀더멘털과 자본유출의 방향을 비교하면 현 주가 수준이 너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2014년 2분기 상하이종합지수가 2000 수준이었던 당시 중국의 경제 상황과 비교하면 지금의 경제 상황은 훨씬 더 나쁘다"면서 "주식시장이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한 부분을 제외하면 중국의 실제 GDP증가율은 잘해야 5.5%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증시 폭락의 원인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당국이 추가 부양책을 단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유동성 확대에 따른 위안화 추가 약세를 우려해 지급준비율 인하를 주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급준비율이나 금리와 같은 통화완화책이 아닌 공개시장 조작을 통한 유동성 공급은 주식시장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대신증권 성연주 연구원은 "문제는 경제 지표가 계속 나쁘다는 것"이라며 "경제 불안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부양책이 나오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 통화완화 정책이 나와야 한다면서도 지급준비율 인하는 그동안 투입한 유동성을 감안할 때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며 조처를 한다면 금리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