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11일 남측 인원 추방과 자산동결 발표 소식 등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발표가 전해지자 이곳 입주기업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북한이 전날(10일) 개성공단 입출경과 원부자재·완제품 반출을 허용하는 모습을 지켜본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우리 정부가 철수 시한을 연장할 경우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가자 큰 허탈감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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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제공 |
남북관계 경색으로 개성공단 가동이 약 160일간 중단됐던 2013년 당시 기업들이 통일부에 신고한 피해액은 1조566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원청업체 납품채무와 재고자산이 각각 2400억원과 2000억원에 달했다.
기반시설은 차치하고라도 원부자재와 완제품, 이동할 수 있는 소규모 생산설비를 옮길 수 있게 우리 정부가 철수 시한을 늘려 달라고 업체들이 요구했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부는 남북경협보험 가입 기업은 손실액의 90% 범위에서 최대 70억원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금융지원 등의 조치도 함께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입주기업들은 현재 입주한 124개 업체 가운데 보험에 가입한 업체가 76개밖에 되지 않는데다 거래처 단절 등 미래에 발생할 영업손실은 물론 원부자재 손실에 대해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재산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영세업체들이 보험료를 아끼느라 보험에 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공단에 있는 자산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가입하지 못한 기업이 많다”며 “게다가 미리 신고한 시설투자액만 보험 적용 대상이라 재고자산은 그대로 손해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탓에 입주기업들은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손실에 대해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보상하는 안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날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와 남측 자산 동결 조치와 관련해 “정부의 후속 대책과 보상을 요구할 것이고 법적인 검토를 거쳐 일방적이고 무리한 조치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에 대한 결과물로서 오늘부로 개성공단은 완전히 사망선고가 내려진 것”이라면서 “자생의 방법으로서 무리하고 부당한 결정을 한 정부의 책임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이어 “한 법률단체에서 검토한 내용을 보면 정부의 일방적 중단 조치는 정당한 권한을 뛰어넘는 것이기 때문에 위법성이 있다”면서 “정부가 기업들의 피해를 보듬어 주지 않으면 그때는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3년에는 중단 사태 발단의 책임이 북에 있어 정부에 무엇을 해달라고 요구하기가 어려웠지만 이번에는 정부의 일방적이고 성급한 결정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민간 투자자산 1조 안팍, 실질적 피해 수조 넘을 듯
북한의 개성공단 자산동결로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된 입주기업들은 여야 지도부 회동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분주한 행보를 시작했다.
특히 임원진을 포함한 124개 입주기업 대표들은 12일 오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모여 임시총회를 열고 비대위를 구성한다.
비대위는 산하에 입주업체 피해규모 산출과 정부정책에 대한 대응을 담당하는 소위원회를 두고 ▲ 입주기업 피해지원을 위한 특별법 입법 ▲ 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 확대 ▲ 남북경협보험 미가입 영세업체 지원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일할 곳이 없어진 주재원에 대한 처우도 논의 대상인데 개성공단에만 생산시설을 둔 업체 직원의 경우 휴직과 고용보험금 지급 외에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개성공단에만 생산시설을 둔 업체가 정확히 몇 곳인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다만 입주기업 중 외국에 공장이 있는 기업이 30곳 정도이고 국내에 다른 생산시설을 둔 경우도 있어, 개성에만 공장이 있는 업체는 100개에 달하진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별 기업들은 갑작스런 가동 중단과 북한의 자산동결 조치로 미처 집계하지 못한 재산피해액을 산출하는 한편, 확보할 수 있는 원자재로 거래처에 최대한 납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계획이다.
개성공답기업협회는 기업들이 각자 피해액을 집계하고 있는 만큼, 협회 차원에서 전체 입주기업의 피해액을 발표하려면 며칠은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개성공단에 정부와 민간이 투자한 자산은 1조원 남짓이나, 실질적인 피해는 수조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북측이 남한 기업을 대체할 제3국 기업들로 개성공단을 채우려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흐름을 감안할 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마지막 정책 수단까지 사용한 상태여서 당장은 뾰족한 방안이 나오기 힘들다는 입자이나, 공단 내 남측 자산의 보호와 회수를 위해 북측 동향을 주시하며 대책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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