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문제로 산업현장이 술렁이고 있다. 소송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100인 이상 사업장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135개 사업장에서 소송이 진행중이라고 한다.
소송만큼이나 사회적 관심도 뜨겁다. 학계는 물론 각계각층에서 통상임금을 주제로 치열한 논의가 진행중이며,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정치권도 신속하게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국회에는 이미 작년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통상임금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이다. 민주당은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즉시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새누리당은 실태파악이 우선이라는 신중한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노사정 대화를 공식 제안했고, 임금제도개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대법원도 전원합의체 판결에 착수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평균임금과는 달리 통상임금에 대해서는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시행령 제6조 제1항에서 통상임금을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이러한 시행령 규정을 근거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의 대상으로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고정적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통상임금성을 판단하고 있다.
통상임금은 실제로 지급되는 임금이 아니라,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등을 지급하기 위한 산정기준의 개념이다. 따라서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이러한 수당들이 연쇄적으로 증가해 기업부담이 늘어나고, 계산도 복잡해진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분쟁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최근 들어 급격하게 소송이 증가한 것은 작년 3월에 분기별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부터다.
그동안 산업현장에서 노사는 근로기준법시행령과 1임금산정기간 이외에 지급되는 정기상여금 등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산정지침을 통상임금 판단기준으로 여겨왔다.
통상임금은 근로제공과의 밀접한 관련성을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사후적 성격을 가진 평균임금과 달리 사전적 성격의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성이라는 점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의 통상임금 판례는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의 요건을 갖추고 있으면, 특정 임금항목이 소정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한 것인지 따지지 아니하고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통상임금의 요건으로서의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의 대가와 평균임금의 요건으로서의 근로의 대가를 사실상 같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근로기준법이 평균임금과 통상임금을 명시적으로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입법자의 의사에 반하는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정기성일률성 고정성이라는 지급형태를 판단하기에 앞서 이보다 더 근본적인 소정근로의 대가 인지 여부를 먼저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법원은 근로자에 대한 임금이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것이라도 그것이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해석은 통상임금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어 도구적 개념인 통상임금의 성질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는 명문의 규정에도 반하는 해석이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제6조 제1항)에서 소정근로는 시간단위의 임금산정 기준을, 총 근로는 도급 금액의 산정단위를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소정근로시간의 최대단위는 월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있다.
따라서 시행령 규정의 해석상 도급이 아니면 1개월을 초과하여 지급된 금품은 통상임금이 아닌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1개월 이내에 지급되는 임금만을 통상임금으로 보는 것이 노동법의 체계적 해석에 부합한다. 따라서 소정근로의 개념을 1개월 넘어서까지 인정하고 있는 법원의 해석은 제고돼야 한다.
대법원은 이제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에 관한 명확한 법리를 밝혀야 한다.
경총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범위에 포함시킬 경우 기업들이 일시에 부담해야하는 추가비용은 최소 38조 5509억원으로 추정된다. 추가비용 부담은 단순히 한 해만 발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년 8조 8,663억원의 추가비용 부담이 발생하여 우리 경제에 중장기적인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소송 시 임금채권 소멸시효가 중단되고, 패소한 기업은 법정 이자와 지연손해금 등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는 비용추계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기업부담은 이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다.
통상임금 산정범위의 확대는 우리 국가경제 전체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한 기업들이 일시에 부담해야 하는 추가비용 38조 5,509억원은 37만 2000~41만 8000개의 일자리를 감소시킬 수 있는 규모이다. 매년 발생하는 추가비용 8조 8663억원은 8만 5000~9만 6000개의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으로 추정된다.
과도한 인건비 부담은 기업의 투자의욕을 감퇴시키고, 중국 등 노동비용이 낮은 국가로의 생산기반 이전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일각에서는 통상임금 산정범위 확대가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히려 연장 근로를 선호하는 새로운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연간 추가비용 부담은 규모별, 종사상지위별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규모별로 보면 3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 비중은 18.1%임에도 불구하고, 연간 추가비용 부담액 비중은 61.4%에 달한다. 종사상 지위로 보면 연간 추가비용 8조 8663억원 중 상용근로자는 8조 7985억원(99.2%)인 반면, 임시및일용근로자는 678억원(0.8%)에 불과하다. 임금및근로조건이 양호한 고임금 정규직근로자 등 일부 계층만 수혜대상이 되어 근로자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는 고용률 70%달성과 양극화 해소라는 국정목표 달성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통상임금 관련 분쟁과 소송이 증가하고 있으나, 이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선진국의 경우 구체적인 임금의 계산, 지급금액, 지급시기는 당사자인 사용자와 근로자간의 합의로 구체적으로 정해진다. 이와 관련한 법령은 최소한의 틀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국회에는 최근 변경된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하자는 개정안이 계류중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은 아직 명확한 법리로 확립되지도 않았고, 타당성에도 의문점이 많다. 1개월을 넘어 지급되는 임금을 할증임금의 기초로 강제하는 내용은 다른 나라 입법례와 판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통상임금 관련 외국의 법령과 법원의 판단 틀에 대한 사례를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독일 영국 프랑스처럼 노사의 자율적 결정에 맡기고 존중하는 방식과 일본과 미국처럼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방식이 있다.
우리나라와 임금체계가 유사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 노동기준법 및 시행규칙에서 할증임금의 산정에서 제외되는 금품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통상임금 분쟁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급히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현상을 해소해야 하는 시점에서 통상임금 분쟁은 반드시 신속하게 풀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노사관계 안정과 상생의 노사관계 확립을 위한 신뢰 구축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상식적으로도 무한경쟁 하에서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담보될 수 없는 기업 경영환경은 고용 없는 성장에 직면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다. 보편적인 글로벌 기준에서 벗어나는 법령 개정 또한 국가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통상임금 논란을 계기로 임금시스템 전반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과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성과 및 직무가치가 반영된 효율적 임금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번 기회가 통상임금 문제의 해결은 물론, 우리의 비합리적 임금체계를 선진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 이동응 경총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