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중국 지도부가 증권당국의 수장을 경질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중국 정부는 20일 그동안 사임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던 샤오강(肖鋼·58)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을 해임 조치하고 류스위(劉士余·55) 중국 농업은행 이사장을 새 증감회 주석으로 임명했다.

서킷 브레이커 제도 도입을 주도했던 샤오 주석에게 그간의 증시혼란 책임을 물어 해임 조치한 것이다. 당시 어설픈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던 서킷 브레이커는 도입 나흘 만에 중단됐다.

산적한 경제현안을 해결하기에 바쁜 중국 지도부에게는 안정적인 자본시장의 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제운용의 난맥상이 주식시장의 불안을 통해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중국 경제당국에는 치명타가 돼 왔다.

전임자인 궈수칭(郭樹淸), 샤오강 전 주석처럼 류 신임 주석도 은행권 출신으로 모두 중앙은행 부행장과 국유은행 이사장을 거친 경력을 갖고 있다.

류 주석은 칭화(淸華)대 수리공정학과를 졸업한 뒤 상하이시 경제개발 업무에 참여한 데 이어 은행권에 들어와 2002년부터 인민은행 판공청 주임, 행장조리, 부행장 등을 거쳐 2014년부터 중국 농업은행 서기 및 이사장을 지냈다.

각 부처의 이해관계 조정 측면에서 성과를 냈고 금융위기 대처, 중앙은행 및 금융기관 재편성, 국유은행 개혁, 농촌금융 개혁, 인터넷금융 진흥 등 업무를 주도해왔던 인물로 알려졌다.

중국 경제의 성장둔화, 경기침체 움직임과 함께 지난 6월부터 수차례 폭락장세를 연출하며 극심한 불안기를 거쳤던 중국 증시가 이번 '구원투수' 투입으로 안정을 되찾을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지난해 증시와 외환시장의 이상 파동의 경험과 교훈을 총결산해 위기 대처 능력을 제고할 것을 주문한 데서 류 주석의 역할을 짐작해볼 수 있다.

적극적인 정책개입으로 증시 안정을 이끄는 한편 정책 혼선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류 주석이 과거 대도시 신용평가사의 시스템 위기와 농촌 금융기관의 예금인출 사태를 처리했던 경험과 인터넷 금융업무를 관할했던 경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류 주석은 2014년 한 포럼에서 "중국 자본시장은 정책에 힘써야 할 뿐만 아니라 항공모함급의 투자은행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자산증권화 발전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류 주석은 또 인민은행 부행장 시절에는 자본시장의 발전 방향에 대해 건전성, 전면성, 다층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류 주석은 차분하고 견실한 업무 태도에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민은행 내부에서도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보고 복잡한 사안에 대한 분석 능력과 협조 능력이 매우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