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시행된 첫날 고객의 반응은 싸늘했다. 시중은행들과 증권사가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 오전 본부 직원 300여명을 전국 영업점에 투입했다.
우리은행도 이날 퇴직연금부, 신탁부 등 본부 직원 90여명을, 신한은행도 본부 부서 150여명을 일선 영업점에 투입했다. 우리은행은 이광구 행장을 비롯한 24명의 전 임원이 서울 주요 지점을 방문했다.
ISA 시행을 계기로 은행권에 묶인 부동자금을 대거 빼앗아오려는 증권업계도 이날부터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섰다.
증권업계는 은행과 달리 초기부터 신탁형과 일임형 ISA를 동시에 팔 수 있어 은행권이 일임형 ISA 판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4월 초까지의 '골든 타임'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태세다.
ISA 출시 직전까지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각각 3만건, 1만3000건, 1만1000건의 사전 예약을 받는 등 대형 증권사들은 1만건 이상의 사전 예약을 유치해 놓은 상태다.
이러한 금융사들의 총력전과는 달리 고객들의 반응은 뜨겁지 않은 편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들은 이날 사별로 1000∼2000개 안팎의 ISA 계좌를 유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첫날 한산했던 분위기에 견줘 은행권도 증권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전 중에는 대부분의 점포가 한산했다. NH농협은행 청담ㆍ종로ㆍ도곡ㆍ목동 등 서울 시내 10개 지점을 비롯해 KEB하나, 우리, 신한, KB국민은행도 고객 수가 평소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오후 들어서는 오피스 밀집 지점을 중심으로 고객들이 모여들었다. 일부 시중은행은 직접 기업체에 찾아가 간이 부스를 설치하고 안내하는 등 단체 상담에도 신경을 썼다.
증권사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본사 영업점에서는 이날 폐점 때까지 몇몇 임직원을 제외하고 ISA를 드는 일반인 손님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삼성증권 여의도지점에도 아직은 ISA 가입 고객의 발걸음이 뜸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점별로 동향을 살펴본 결과 많은 곳은 80∼90개 건까지 ISA 가입을 받았지만 10건 미만인 곳도 많았다"며 "아직 업무가 익숙지 않아 한 사람이 가입하는 데 한 시간씩 걸리는 상황에서는 가입 대상인 직장인들의 내방이 쉽지 않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시행 첫날 이어서 그런지 일선에서 혼선도 빚어졌다.
일부 고객들은 ISA 가입에 필요한 서류를 가져가지 않아서 발길을 돌렸다. ISA에 가입하려면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 등 소득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가 있어야 한다.
펀드 판매 시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신탁수수료와 펀드 운용ㆍ판매 수수료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이날 신탁형 ISA에 가입한 B씨는 "신탁형 ISA에 가입했는데 신탁 수수료 외에 펀드 운용ㆍ판매 수수료가 있다는 이야기는 직원에게 전혀 듣지 못했다. 가입하고 나서 투자설명서를 확인해보고 알게 됐다"며 분개했다.
펀드 운용 및 판매 수수료는 연 1% 수준으로 고객이 신탁 수수료 외에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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