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일임형 상품이 예상밖으로 흥행부진에 빠졌다. ISA의 세제혜택이 그리 크지 않아 자칫 수수료를 더 물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ISA 시판 첫날인 14일 가입자 32만2990명 중 99.8%인 32만2113명이 신탁형에 가입했다.
신탁형은 통상 일임형 ISA에 비해 수수료가 낮게 책정된 상태다. 현대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신탁형 기본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일임형(랩형)은 각 금융사가 본사에 운용팀을 두고 고객 자산을 관리해야 하는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수수료 부과가 불가피하다.
일임형 ISA를 먼저 내놓은 증권사들은 초저위험 상품은 0.1∼0.3%, 저위험은 0.2∼0.4%, 중위험은 0.5∼0.6%, 고위험은 0.5∼0.7%, 초고위험은 0.8∼1.0%로 수수료를 정해 받기로 했다.
증권사들은 '국민 상품'인 ISA 출시에 맞춰 기존 랩 상품보다는 운용 보수를 크게 낮췄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고객 처지에선 이 수수료를 부담하는 게 끝이 아니다. 이는 '기본 수수료'에 지나지 않고 일임 계좌에 담기는 상품별로 별도의 운용 수수료가 붙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소액 투자 고객이 많은 ISA의 특성상 머니머켓펀드(MMF),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일부 현금성 자산을 빼고는 일임 고객 투자금의 대부분을 펀드 상품으로 채워넣었다.
일례로 삼성증권의 '고위험 펀드형 ISA'는 국내주식형펀드(24%), 국내채권형펀드(30%), 해외주식형 선진국펀드(21.5%), 해외주식형 이머징국가펀드(5%), 해외채권형절대수익추구펀드(6%), 해외채권형 절대수익추구펀드(6%) 등으로 구성됐다.
이 상품의 기본 수수료는 연 0.8%다. 여기에 개별 펀드 판매·운용 보수를 얹으면 최대 연 2%에 가까운 수수료가 나갈 수 있다.
KDB대우증권도 '적극투자형' 일임 ISA의 기본 운용 수수료로 연 0.7%를 받는다.
여기에 증권사가 제시하는 펀드 상품들을 담으면 최대 0.89%의 펀드 운용 보수가 추가로 붙게 돼 고객은 투자 금액에서 최대 연 1.6%가량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1000만원을 연간 수수료가 2%인 일임형 ISA에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수익률 요인을 제외하고 원금 기준으로만 따지면 1년 뒤, 2년 뒤에는 원금이 각각 980만원, 960만4000원으로 줄고 만기인 5년 뒤에는 903만9000원이 남게 된다.
다시 말해 1000만원을 맡겼는데 5년 새 10%에 가까운 96만원가량을 수수료에 빼앗기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결국 일임형 ISA에 대해 수수료 비중이 큰 공격형 상품일수록 연평균 수익률 5% 이상의 성과를 꾸준히 내지 못할 경우 수수료를 빼고 나면 특판 예금이나 RP, 원금 보장형 파생결합증권을 위주로 편입한 신탁형 ISA에 가입한 것만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탁형 ISA마저 금융회사 직원들이 가입자의 명의만 빌려 본인의 돈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이른바 '자폭통장'이 대부분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ISA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높아지고 있다.[미디어펜=김연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