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독일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가 채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미쓰비시자동차가 연비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이 연비를 부풀리고 배기가스 양을 축소하다 발각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자동차산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마저 흔들리는 상황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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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쓰비시자동차가 20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연비조작을 통해 판매한 차량은 'eK 왜건'와 'eK 스페이스', 닛산자동차 용으로 생산한 '데이즈'와 '데이즈 룩스' 등 경차 4종, 62만5000대다./미쯔비시 |
미쓰비시자동차는 소비자 보상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기업이미지가 땅에 떨어지면서 유무형의 손실이 엄청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미쓰비시자동차가 지난 20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연비조작을 통해 판매한 차량은 'eK 왜건'와 'eK 스페이스', 닛산자동차 용으로 생산한 '데이즈'와 '데이즈 룩스' 등 경차 4종, 62만5000대다. 이 회사는 또 일본에서 2002년부터 일부 차량의 연비를 부적절한 방식으로 측정해 법규를 위반했다고 실토했다.
미쓰비시는 연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행저항값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주행저항값은 자동차가 달릴 때 받는 공기 저항과 도로 마찰을 수치화한 것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21일 아이치현에 있는 미쓰비시자동차 시설을 찾아 부정행위 경위 등을 현장 조사했다.
■미쓰비시 직접손실 5000억원 넘을 듯…해외 판매차량에 불똥 튈지 주목
이날 JP모건의 애널리스트 기시모토 아키라는 이번 조작 사태로 미쓰비시자동차가 500억엔(약 52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는 소비자와 닛산에 대한 보상금과 부품 교체 비용을 포함한 액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 스기모토 고이치는 이날 리포트에서 미쓰비시자동차가 소비자 보상 지출과 소형차 판매 감소로 이익에 현저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이 회사가 비핵심 자산을 팔거나 증자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쓰비시자동차의 주가는 조작 사실이 처음 알려진 전날 15% 추락한 데 이어 이날도 팔자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조작이 이뤄진 자동차들이 정상적으로 테스트를 받았을 경우 연비가 5∼10% 정도 나빠질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인정했다. 미쓰비시는 경차에 지원된 세금 혜택도 되돌려줘야 할 처지다.
이 회사는 일본에서 60만대 넘는 차량의 연비를 조작했다고 발표했지만, 해외시장으로도 불통이 튀면 조작 대상 차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미 미쓰비시는 해외에서 판매한 차량에 대해서도 연비가 조작된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미쓰비시도 폭스바겐과 비슷한 과정을 밟을 수 있다. 폭스바겐은 처음에는 미국에서 배출가스 조작이 들통났지만 그 후 한국과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로 사태가 커졌다. 폭스바겐처럼 소비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를 공산도 크다.
다만 폭스바겐은 도요타에 맞먹는 세계 2위 업체인데 반해 미쓰비시는 일본 내 6위 업체라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지난해 미쓰비시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4%에 불과했다.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보상해야 할 금액은 67억 유로에서 100억 유로(약 12조8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비 둘러싼 부정행위 잇따라…자동차산업 신뢰 위기
이번 스캔들은 미쓰비시 자동차의 소비자 기반을 흔들었지만 이를 계기로 자동차 업체 전반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더 떨어질 수 있다.
폭스바겐 사태 반년 만에 또다시 조작 사건이 나오자 자동차업체들이 연비와 배출가스 테스트에서 분별 있게 행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견해에 무게가 더해질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자동차 브랜드들에 매우 중요한 가치인 신뢰가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앞서 한국의 현대차와 기아차도 120만대의 연비 과장으로 2014년 미국 정부에 1억달러의 벌금을 냈으며 집단소송 끝에 소비자들에게 약 4억달러를 보상했다.
미국 포드도 2014년 연비를 과장했다고 시인하고 20만명에게 보상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현대차(싼타페)와 쌍용차(코란도스포츠)가 연비 부적합에 따른 과징금을 각각 10억원 부과받았다.
이런 사례가 잇따르면서 자동차산업에 대한 규제가 한층 심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미쓰비시 사태로 자동차 업계에서 '조작'이 고질적인 문제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운전자들이 실제 차를 몰 때 자동차 회사가 내세운 것보다 낮은 연비에 실망하는 일이 흔하다면서 메이커가 규정의 허점을 이용하는 악습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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