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아모레퍼시픽 창업주 고(故) 서성환 회장의 자녀들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정황이 포착됐다.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고 서성환 회장의 장남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이 2004년 9월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워터마크 캐피털'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일 보도했다.
워터마크 캐피털은 1달러짜리 주식 1주를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 컴퍼니로, 주주는 서영배 회장 1명, 이사 역시 서영배 회장 1명이었다.
회사 주소지는 버진 아일랜드의 아카라빌딩으로, 파나마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 버진아일랜드 지점이 있는 건물이다.
이 건물은 수천개의 페이퍼 컴퍼니가 등록된 곳으로, 앞서 뉴스타파가 공개한 노재헌씨의 유령회사가 등록된 곳이기도 하다.
이후 서 회장은 2013년 6월 이 페이퍼 컴퍼니의 실소유주 명단에서 사라졌고, 대신 '얼라이언스 코퍼레이트 서비시즈'라는 회사가 주주 겸 이사로 등장했다.
그러나 '얼라이언스 코퍼레이트 서비시즈' 역시 페이퍼 컴퍼니이자, 실제 주인을 감춰주는 차명 서비스용 회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다른 수백개 페이퍼 컴퍼니의 이사와 주주로 등장하고 있고 주소지 역시 아카라 빌딩이라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서 회장이 이 같은 차명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뉴스타파가 조세도피처에 재산을 숨긴 한국인 명단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던 2013년 6월이었다"며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한 조세도피와 재산 은닉이 사회 문제가 되자, 자신의 이름을 감추기 위해 차명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고 서성환 회장의 딸 서미숙 씨도 2006년 4월 버진 아일랜드에 '웨이즈 인터내셔널'이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 페이퍼 컴퍼니의 이사는 서 씨 1명이 유일했고 회사의 주요 활동은 '투자를 위한 지주회사'라고 기재됐다.
뉴스타파는 부친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지 않은 서 씨가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배경에 대해 "불법 증여나 상속을 위해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보통의 페이퍼 컴퍼니가 1달러짜리 주식 1주만을 발행하는 것과는 달리 서 씨가 만든 페이퍼 컴퍼니는 주식을 4주 발행했는데 서 씨를 제외한 나머지 세 주주가 바로 서 씨의 세 아들이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서 씨는 뉴스타파에 변호사를 통해 "조세도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이유는 캐나다에 송금한 돈을 운용하기 위해 PB(프라이빗뱅킹) 직원의 권유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 씨는 "2004년 캐나다 투자 이민을 계획해 2006년 캐나다에 37억원을 송금했고, 이 과정에서 세무서에 적법하게 신고했다"며 "하지만 2년 뒤인 2008년 이민을 포기하고 송금한 돈을 다시 국내에 들여왔다"고 설명했다.
뉴스타파는 모색 폰세카의 유출 문서에서 서영배 회장과 서미숙 씨가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 관련 서류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서영배 회장과 서미숙 씨의 페이퍼 컴퍼니 설립은 모두 'ING 아시아 프라이빗뱅크'가 대행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최상위 부유층을 상대로 세무 상담과 자산 관리를 해주는 회사라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아모레퍼시픽 창업주인 고 서성환 회장은 4녀2남을 두고 있으며, 넷째가 서영배 태평양 개발 회장, 다섯째가 서미숙 씨, 여섯째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다. 서성환 회장은 장남 서영배 회장에게 건설과 금속, 학원을 물려줬고 차남 서경배 회장에게는 화장품을 물려줬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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