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계열사 주식 수십만 주를 20여년간 차명으로 보유하다가 2014년 말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로 넘어가기 전 일부를 처분해 수억원대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18일 재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1국은 김 회장이 1990년대부터 수년 전까지 20여년간 동부, 동부건설, 동부증권, 동부화재 등 계열사 주식 수십만 주를 차명으로 보유했던 사실을 밝혀냈다.

금감원은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서 이상 거래 자료를 넘겨받아 정밀 분석 작업을 벌여 김 회장 차명주식의 흔적을 파악했다.

김 회장의 차명주식은 당시 시가로 수백억원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2011년 그의 차명주식 보유 사실을 확인하고 180억여원의 세금을 추징했지만 이런 사실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고 금융당국에도 관련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다.

김 회장은 이후에도 한동안 주식을 차명 보유했지만 주식 보유량 공시 내용을 스스로 정정하지도 않았다.

동부그룹은 "김 회장은 2011년 국세청에 차명 주식을 자진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차명 주식의 흐름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이 2014년 12월 31일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일로부터 약 두 달 전에 이 회사 차명 주식을 모두 매각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 회장이 당시 판 동부건설 주식은 62만주(1.24%)로, 시세로는 7억3000만원어치가량이었다.

금융당국은 당시 주가 흐름에 비춰봤을 때 김 회장이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각으로 약 3억원의 손실을 회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동부건설 주가는 2014년 10월에는 1000~1200원 선이었지만 작년 1월 19일에는 장중 613원까지 추락했다.

동부그룹 주력 건설 계열사였던 동부건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금사정이 악화돼 어려움을 겪었다. 2014년 동부발전당진 매각 등을 통해 회생작업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그해 12월 31일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이날 오후 정례회의에서 김 회장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혐의를 심의한 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금융당국에서 관련 내용 일체를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자체 조사에서 혐의가 뚜렷하게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하고, 추가 수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판단하면 수사 의뢰를 한다.

증선위는 이날 회의 후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김 회장이 4개 계열사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지분 보유 및 매도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고, 동부건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앞두고 보유 주식을 매도한 것과 관련해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 측은 그러나 차명주식 보유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는 강하게 부인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은 2014년 말 동부건설 법정관리 신청이 결정되기 직전까지 회사를 살리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렸다"며 "그런 김 회장이 고작 수억원의 손실을 피하려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고, 실제 주식 처분 대금도 구조조정 자금으로 모두 쓰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4년 11월 강력한 금융실명제 개정안이 시행돼 동부건설을 비롯한 계열사 차명 주식을 처분했을 뿐, 법정관리를 앞두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피한 것이 아니다"라며 "김 회장은 문제가 된 주식을 2011년 국세청에 신고한 이후 모두 시장에서 처분해 현재 보유 중인 차명주식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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