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최근 국회가 상임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를 활성화하는 이른바 '수시 청문회' 법안을 추진하면서, 재계는 법안 통과가 현실화할 경우 일어날 후폭풍을 놓고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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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김세헌 기자 |
지속적인 경기 불황에다 최근 해운·조선업 등의 대규모 구조조정 이슈까지 겹친 가운데 수시 청문회 법안까지 추진되자 엎친데 덮친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에 재계에서는 수시 청문회가 실시되면 경영에 전념해야 할 기업인들이 국회에 시간과 관심을 쏟아야하는 만큼 경제 활성화에 매진하기 힘들어진다고 시각이 대체적이다.
재계에서 수시 청문회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것은 매년 국정감사나 청문회 때 적지 않은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국정조사에서도 대기업 오너를 증인으로 채택해 불러다 호통만 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오너부터 불러놓고 보자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무려 20여명에 달하는 최고경영자급 인사들이 불려 나왔다. 그런데 분초를 다투는 최고경영자들이 국감장에 종일 불려 나가 한마디도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잦아 정상적인 기업 경영에 지장을 주기도 했다.
특히 재벌그룹의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국감을 앞두면 총수가 증인·참고인 명단에 오르지 않게 하려고 온 힘을 쏟는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호통에 당황하는 총수의 모습이 TV로 중계되는 것이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해명하려고 하면 '됐다'며 가로막는 상황에서는 증인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에서다.
물론 재벌 지배구조 개선, 골목상권 침해 등 기업 관련 현안은 그동안 즐비해왔다. 이런 현안들에 대해 실질적 권한을 가진 재벌 총수나 기업인에게서 직접 대책을 듣고 미흡한 점을 보완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효과적인 수단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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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10대 그룹 재벌총수로서는 처음으로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지난해 국감에서는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조대식 SK㈜ 사장, 조현준 효성 사장, 김한조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주인종 전 신한은행 부행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된 바 있다. / 연합뉴스 |
입법 필요에 의한 것이라면 법안 자체가 잘못됐다고 할 순 없지만 대기업 오너나 사장들을 불러놓고 국회의원들이 호통치기를 하는 식으로 운영되는 건 곤란하다. 재벌 총수나 기업인을 무더기로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해 온종일 대기시키다가 몇 마디 묻고는 답변할 기회도 주지 않고 호통만 치다가 돌려보내는 식의 구태가 되풀이되는 형태여서는 안 된다.
청문회에 불려나온 기업 증인·참고인을 분풀이하듯 다그치거나 반대로 일방적으로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듯한 행태를 보인다면 시대에 맞지 않을뿐더러 국민의 시선은 더 차가워질 것이다. 그래서는 이들을 부른 의도를 의심받고 '망신주기'라는 비난에서도 벗어날 수도 없다.
국회는 재벌 총수나 기업인을 불러 이전처럼 호통만 치다마는 일회성 이벤트로 끝낼 것이 아니라 그들을 부른 이유에 걸맞게 문제점을 집요하게 따져 묻고 개선하도록 요구하는 실효성 있는 자리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도 두려워 피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사회적 책임 이행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기업에 대한 국회의 감시와 견제는 더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무조건 피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 앞에서 기업의 입장을 밝히고 개선책을 약속하는 자리로 삼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물론 청문회에서 충분한 답변 기회를 보장하는 전제가 충족돼야 할 것이다.